“올여름 정은숙 단장님께서 ‘본파델리는 굉장히 날씬하다’고 귀띔해 주셨어요. 어느 때보다 의상도 현대적이고 섹시하게 디자인이 나왔고요. 그래서 노래도 노래지만 비주얼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죠.”(오미선)
본파델리 씨는 2002년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로 이탈리아 부세토 극장에서 오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출연 이후 세계적인 비올레타로 자리 잡았다. 흡입력 강한 연기와 모델 같은 외모로 마리아 칼라스, 안젤라 게오르규를 잇는 비올레타로 평가받고 있다.
19∼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인 두 사람을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유학한 오 씨는 본파델리 씨와 능숙한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나눴다.
▽오미선(오)=로마 유학시절 성악 선생님께서 베르디는 악보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놨기 때문에 그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예를 들면 쉼표 같은 것들이죠. 베르디는 악보에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쉼표를 일일이 다 기록해 놨어요.
▽본=베르디는 여자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자들은 말할 때 속마음과 다르게 말하지요.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진실이 있지요. ‘침묵은 음악이다’라는 말처럼, 베르디의 쉼표는 비올레타의 속마음을 연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순간이에요.
두 사람의 화제는 폐병으로 죽어가는 비운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에 대한 이야기에서 소프라노 가수로서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오=본파델리 씨가 중이염을 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로마에서 ‘라 트라비아타’ 야외 공연을 마치고 이틀 후 복부에 대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소프라노 가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어려움을 극복해낸 점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본=지난해 중이염을 앓았을 때 굉장히 당황했고 겁이 났습니다. 성악가에겐 자기 소리를 듣고 균형을 잡기 위해선 귀가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더는 노래하지 못할 거라고 의사들이 이야기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본파델리 씨에겐 이번이 첫 내한공연. 그는 “오 씨를 비롯해 한국의 가수들이 정말 대단한 열정과 테크닉으로 노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탈리아에서 노래는 일상적 생활인데 한국 가수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1만∼15만 원.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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