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홍씨가 바라본 장보고 추모유적지 '운주사'

  • 입력 2006년 11월 15일 17시 17분


"운주사는 해상왕 장보고의 추모유적지였다"

특이한 문양(Ⅹ ⅩⅩ ◇), 홀수가 아닌 짝수(6층) 불탑, 항아리를 쌓아놓은 듯한 원구형 불탑, 부부를 연상시키는 250톤의 와불, 북두칠성에서 따온 7개의 대형 석판, 등을 맞댄 두 불상을 모신 석조불감…. 천 년 불가사의 '천불(千佛) 천탑(千塔)'을 품고 있는 전남 화순 운주사의 미스터리에 또 하나의 색다른 가설이 제기됐다.

해상왕 장보고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도선국사가 설계하고 그를 추종했던 재당(在唐) 신라인들이 축조했다는 추론이다. 소설가 최홍 씨는 최근 발간된 '한국의 불가사의-천년의 비밀 운주사'(바보새 펴냄)라는 책을 통해 '미륵신앙 기원설', '몽고군 축조설' '호족세력 건립설' 등을 반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운주사(雲住寺)가 아닌 운주사(運舟寺)'

동국여지승람에는 운주사(雲住寺)로 표기되어있지만 1737년에 쓰여진 '일봉암기(日封庵玘), 1907년의 개천사 중수상량문 등에는 '운주(運舟)'라는 말이 나온다. 또 전래되고 있는 운주사의 여러 한자 이름 중에도 운주사(運舟寺)가 있다.

최씨는 운주사의 주탑인 9층 석탑(1번탑)을 시발로 현재 남아있는 17개의 탑을 직선으로 연결해봤다. 그 결과 사찰 동쪽 산위에 있는 5개의 탑을 뺀 13개의 탑들이 4개의 돛대를 가진 배의 형상으로 드러났다.(도형도 참조) 운주사터에 위치한 1~8번 탑을 연결하면 배의 윤곽이 나오고 그 선과 서쪽 산위의 탑들을 일직선으로 연결하면 돛대가 완성된다는 것.

최씨는 북두칠성을 반대로 배열해놓은 듯한 칠성석을 '바람에 흩날리는 배의 깃발'로 해석했다. 그는 또 와불에 이르는 길 주변에 배치된 주돛대(15번탑)와 보조돛대(16번탑)에 두툼하게 새겨진 'Ⅹ' 문양에 주시했다. 백제 송산리 6호 고분내 아치형 전축분(塼築墳)에 사용된 '오수전 무늬 벽돌'이 'Ⅹ'문양을 하고 있다는 것. 또 무녕왕릉내 벽돌에서도 'Ⅹ'에 연꽃이 새겨진 '연꽃 무늬 벽돌'이 있다는 것이 최씨의 주장. Ⅹ를 'ⅩⅩⅩⅩ'처럼 연속으로 이어붙일 경우 중앙에 '마름모(◇)'가 만들어지는데 운주사 탑에는 유독 마름모 문양이 많다. 최씨는 신라시대 죽은 사람을 화장해 뼈를 담는 골호(骨壺)에 마름모 문양이 새겨진 것을 착안해 '◇나 Ⅹ' 문양은 모두 죽음이나 무덤과 관련이 있다는 논지를 폈다.

최씨는 추모의 대상이 절 서쪽 산등성이에 위치한 '와불(臥佛)'이라고 결론짓는다. 말이 와불이지 사실은 불상이 아닌 부부를 형상화했다는 것. "백제에 영향을 준 중국의 남조시대 능묘는 부부를 반드시 합장했고, 이 때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 배치했는데 운주사의 와상도 이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결론. 와불은 과연 누구인가란 질문만 남는다. 북두칠성이 전통적으로 왕권을 상징했다는 점, 거대한 유적을 남겼다는 점을 들어 최씨는 와불이 왕이나 군주에 해당하며, 운주사 설화들에서 언급하는 도선국사와 관련있는 인물, 장보고라고 추정한다. 도선국사는 827년생, 장보고의 암살시기는 841년이었고, 도선국사의 출생지가 전남 영암이었다는 점을 가설의 근거로 제시했다.

● '진실은 어디에'

최씨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가설에 가설을 이어붙이다보니 논리적 취약성도 적지 않다. 2004년 '몽고군 축조론'을 주장했던 소설가 정동주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 'Ⅹ' 나 '◇' 문양 등은 몽골지역에서, 석불들도 중앙아시아 투르크 지역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며 "고대 문양사 측면에서 봐야지 '우리'라는 울타리에 천불천탑을 가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운주사측은 공식 홍페이지(http://www.unjusa.org)를 통해 "아마도 천불천탑은 우주법계에 계시는 부처님이 강림하시어 하화중생의 대 설법을 통한 불국정토의 이상세계가 열리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조성한 대불사가 아닐까한다"고 밝히고 있다.

운주사 주지 정행스님은 "문헌상의 자료가 없다보니 여러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해석을 하고 있다"며 "장보고의 유적지라는 최씨의 주장도 그 중 하나로 다양한 해석과 연구가 이뤄지는 것을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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