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로 본 '겨울 멜로'

  • 입력 2006년 11월 15일 17시 17분


방송가에서 봄과 여름은 트렌디와 코믹 드라마, 가을과 겨울은 멜로 드라마의 시즌으로 통한다. 이달에도 새로 시작했거나 시작할 드라마 중 멜로 드라마가 세 편이다. 13, 15일 각각 시작한 KBS2 '눈의 여왕'(월화 오후 9시55분), MBC '90일, 사랑할 시간'(수목 오후 9시55분)과 20일 시작할 SBS '눈꽃'(월화 오후 9시55분)이 그들이다.

세 드라마를 벤다이어 그램으로 분석해보면 '사랑 타령'과 '가족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나온다. '학창시절의 인연' '터프남' '시한부 인생' '성장과정의 아픔' 등 겹치는 설정도 많다. 최루성 드라마의 '뻔한' 골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MBC 정운현 드라마국장은 "멜로극은 '눈물'이 목적인만큼 그럴 수 밖에 없다"며 "우수에 젖은 영상미와 감정을 대사에 녹여내는 연기, 세심한 연출력에서 크게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90일…'∩'눈의 여왕'

두 드라마는 학창시절의 인연과 재회, '터프남'의 등장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90일…'의 주인공 지석(강지환)과 미연(김하늘)은 고교시절의 첫사랑으로, 9년 만에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눈의 여왕'도 학창시절 만났던 태웅(현빈)과 보라(성유리)가 어른이 된 뒤 재회한다. 남자주인공이 '터프남'인 점도 흡사하다. '90일…'에서 지석은 깡패 남학생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눈의…'에서 주인공 현빈은 근육질의 권투 선수다.

●'90일…'∩'눈꽃'

둘다 암에 걸려 죽음에 직면한 주인공의 삶을 다뤘다. '90일…'에서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석은 미연에게 이제 솔직한 사랑을 찾자고 제안한다. '눈꽃'은 췌장암으로 죽음을 앞둔 강애(김희애)가 딸 다미(고아라)와 갈등을 푸는 과정을 그린다. 이종수 PD는 "쓸쓸한 주제이지만 시청자들이 모녀의 정을 느끼며 눈물을 아끼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눈의 여왕'∩'눈꽃'

'눈의 여왕'과 '눈꽃'은 성장 스토리가 공통점이다. '눈의 여왕' 이형민 PD는 "남녀간 애절한 얘기가 아니라 커가면서 세상과 부닥치며 사랑과 사람을 배우는 과정을 그렸다"고 밝혔다. '눈꽃'의 경우 다미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혼자 떠나는 과정 등을 통해 성장해간다. 수학 천재인 태웅이 친구의 자살에 충격을 받아 부랑아 처럼 살고, 전교 수석인 다미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배우로 나서는 등 모범생의 인생 돌변이란 점에서도 두 작품은 닮았다.

남원상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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