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평온한 매일 아침이야말로 기적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3시 00분


요즘 사람들은 이벤트에 관심이 많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 회사들이 다양한 행사를 대행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어보려 애쓴다. 하지만 너무 상업적이고 인위적이어서 행사가 끝난 후 허전하고 공허한 경우가 많다.

요즘 많은 사람이 요행이나 기적을 원한다. 특별히 물질적인 기적이나 요행을 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로또 등 복권, 경마와 경륜,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과 도박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살이에서 기적 같은 인생역전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크고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신비한 능력이나 체험을 원하고 신에게 그런 것들을 보여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해 보면 삶이 곧 기적이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 사회에서 오늘 아침처럼 눈부시게 파란 가을하늘과 찬란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사무실로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기적이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 올 때 아침 햇살에 빛나는 한강을 볼 때마다 행복한 마음, 감사한 마음이 출렁인다. 그리고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물도 강원도 산속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가 모이고 합쳐져 이렇게 큰 강이 되고, 수많은 사람의 땀과 수고가 모여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매일매일 일상의 삶이 곧 기적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정말 그렇다. 이슬 한 방울에서 강물과 바다의 모습을 보고,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매일의 삶이 곧 신비한 기적이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이 바로 또 다른 기적을 일구어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소중하게 맞이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을 시작하려 한다.

이경호 신부·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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