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그녀는 날 싫어해’(2일 개봉)=나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제약회사 중역. 사내 비리를 폭로했다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땡전 한 푼 없는 신세가 된다. 결혼을 코앞에 두고 약혼녀가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해 왔다. “알고 보니 난 레즈비언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동성(同性) 애인과 동거에 들어가며 소식을 끊었다. 오랜만에 다시 나타난 그녀. 동성 애인과 함께 왔다. “당신처럼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명석한 아이를 애인과 내가 함께 낳아 함께 기르고 싶다”면서 “큰돈을 줄 테니 나랑 애인을 임신시켜 달라”고 조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A 씨=남자로선 손해 볼 것이 없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달이 난 게 남자들인데, 이렇게 제 발로 직접 찾아와서 잠자리를 함께 해주겠다고 하니…. 감사할 일이다. 더군다나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라니….
▽B 씨=내 정자 가격을 최대한 올려 받겠다.
▽C 씨=생명을 사고파는 건 미친 짓이다. 만약 아이들이 각각 태어나면 생물학적으로, 법적으로 얼마나 헷갈리겠는가. 생물학적으론 아버지가 같지만, 엄마는 다른…. 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두 여자가 아버지도 되고 어머니도 되고, 아님 둘 다 아버지가 되거나 둘 다 어머니가 되고…. 미친 짓이다.
▽D 씨=해주지 뭐…. 우량유전자라며? 인류에 기여해야지. 둘째 낳을 것을 두고 나도 한때 고민했다. 그래도 명석한 남편의 유전자가 좋은 것 같아서 인류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남편 애를 더 낳는 거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결국 포기했지만.
②‘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16일 개봉)=어머니와 사별한 지 5년 되는 구두쇠 아버지(백윤식)는 한번도 성경험이 없는 17세 고교생 아들(봉태규)과 어느 날 연적(戀敵)이 된다. 아래층에 세 들어 살게 된 중년 여성(이혜영) 때문이다. 당신이 아버지라면, 또 아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
▽A 씨=내 자식 또는 부모랑 여자를 두고 라이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바로 포기한다.
▽C 씨=당연히 아들이 포기해야 한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③‘트랜스아메리카’(16일 개봉)=나는 17세 청년.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나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친아버지의 연락처를 받는다. 난생 처음 친아버지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청한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줌마였다. 알고 보니 친아버지는 여자가 되는 게 평생의 꿈인 트랜스젠더였던 것! 성전환 수술을 1주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A 씨=그냥 아버지, 아니 어머니인가? 여하튼 그분의 수술이 잘 되길 빌어 줄 것 같다.
▽C 씨=수술이 끝나더라도 아들은 아빠를 계속 ‘아빠’라고 불러야 한다. 육체는 비록 ‘아줌마’ 모습이지만, 아들은 가슴속으로 늘 부재한 아빠를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수술 뒤 ‘엄마’가 되더라도 아들에겐 아빠의 역할과 모습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들의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D 씨=아들이 17세면 이런 상황을 소화하기 어려운 나이겠지만, 아버지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 되겠지. 서로가 양보해서 아버지의 수술 날짜를 좀 늦추는 방법이 있다. 한두 달 수술을 미룬 뒤 ‘아버지와 아들’로서 또는 ‘남자 대 남자’로서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함께 여행을 간다든가, 아님 대중목욕탕에 간다든가…. 그 뒤에 수술을 하면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마음속에 갖게 될지 모른다. 물론 아버지는 수술 전에는 아줌마가 아닌 아저씨의 복장과 외모를 아들에게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