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갈참나무에서 도토리 하나가 땅에 떨어진다.
톡, 톡톡.
가을 산에 낙엽과 도토리가 쌓인다.
도토리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 나뭇잎은 사나운 비바람을 막아 줬다. 이제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포근히 껴안아 준다.
왜? 낙엽은 도토리에게 “그래야 우리도 다시 태어날 수 있어…새로운 관계를 맺는 거야”라고 설명한다. 관계? 낙엽은 “그건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야”라고 덧붙인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도토리 속 갈참나무 싹이 겨우내 썩은 낙엽의 도움으로 봄에 새로 돋아나리라는 것을. 수없이 많은 어린 갈참나무가 숲 속에서 출렁거리리라는 것을.
내용은 ‘강아지똥’의 다른 버전 같다. 안도현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에 이혜리 작가의 그림이 붙어 따뜻한 그림책으로 새로 태어났다. 책에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가을 겨울 봄을 사는 도토리의 표정만 봐도 좋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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