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퀴즈 왕들의 비밀’&‘청소녀백과사전’

  • 입력 2006년 11월 18일 02시 57분


◇퀴즈 왕들의 비밀/E.L 코닉스버그 글·최혜란 그림·이현숙 옮김/224쪽·9000원·보물창고(초등6학년∼중학생)

◇청소녀백과사전/김옥 글·나오미양 그림/196쪽·8800원·낮은산(초등 6학년)

‘퀴즈 왕들의 비밀’은 6학년인 노아, 나디아, 에탄, 줄리안 등 미국 아이들의 얘기다. 뉴욕 주 퀴즈대회 결승전에 오른 이들 네 명은 사춘기를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겪으려면 아직 멀어 보인다.

실제 그럴까? 노아는 엄마와 세대차 때문에 사사건건 맞붙는다. 여름방학을 플로리다 센추리 마을이라는 실버타운에서 보내면서 노아는 세대차를 극복하는 법을 깨닫는다. 캘리그래피란?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다. 퀴즈대회에서 나온 이 문제는 노아가 센추리 마을에서 할머니에게 배운 것이다.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함께 뉴욕에서 살게 된 나디아는 여름방학 동안 플로리다에서 아빠와 지낸다. 어느 폭풍우 치던 날 밤 새끼 거북이들이 바다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옮겨주면서 인생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에탄은 너무 잘난 형 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다. 학교 버스에서 새로 이사 온 줄리안이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에 의연히 대처하는 것을 본다. 에탄은 줄리안을 비롯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사춘기란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닐까. 주위를 인식하면서 그것이 상처가 되고 ‘성장통’이란 이름으로 아파하는 것. 아이들은 그 상처 때문에 얻은 지식과 지혜로 퀴즈대회에서 우승하고 한 뼘 더 자라게 된다.

네 아이의 얘기가 퍼즐처럼 맞춰져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달라 약간은 서걱서걱한 부분도 있다.

2주 전 나온 ‘청소녀백과사전’은 예린 마리 하늬 현주 경은 영이 영지의 얘기다. 역시 6학년 아이들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는,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녀의 얘기 일곱 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청소녀백과사전’은 주인공 경은이의 ‘빼빼로데이’ 혹은 ‘젓가락데이’를 그렸다. 담임선생님은 “젓가락 과자를 한 개라도 학교에 가져오면 무조건 빼앗겠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경은이가 누군가. ‘좋아하는 마음은 스스로도 조절이 안 된다’는 세상 이치 하나를 또 깨달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청소녀의 마음에 대해서는 백과사전 한 권 분량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 열세 살이 아닌가.

그날 하루 전 경은이는 귀까지 뚫고 젓가락 과자를 준비한다. ‘그 애’를 위해. 경은이의 ‘그 애’는 단짝 여자친구 애리가 짝사랑하는 성주와는 다르다. 성주처럼 힘이 세지도 않고, 남자답지도 않다. 그런데도 경은이는 그 애의 모든 것이 좋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엄청 떨려 온다.

그러나 그날 경은이는 성주에게서 젓가락 과자를 받고, 애리는 급식 시간에 성주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식판을 놓치고 만다. 정작 울고 있는 애리를 도와 바닥이랑 책상에 쏟아진 국물을 닦아준 것은 바로 ‘그 애’다. 그 순간 경은이는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무언가 가슴 가득 차올라 성주의 책상에 과자 상자를 던져버린다.

당돌하고 상큼한 모습과 달리 청소녀들은 속 깊은 곳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이같이 일곱 편 모두 뾰족한 결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청소녀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싱싱하게 건져 올려 ‘공감’이란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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