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60년 오직 사랑… ‘사랑하리, 사랑하라’

  • 입력 2006년 11월 1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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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리, 사랑하라/김남조 지음·윤정선 그림/142쪽·8500원·랜덤하우스

‘사랑한 일만 빼곤/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진작에 고백했으니/이대로 판결해 다오//그 사랑 나를 떠났으니/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준열히 판결해다오//겨우내 돌 위에서/울음 울 것/세 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 다오.’(‘참회’에서)

원로 시인 김남조(79) 씨는 내년이면 시력(詩歷) 60년을 맞는다. 시인은 그간 800여 편의 시를 썼고 15권의 시집을 묶었다. ‘사랑하리, 사랑하라’는 김 시인의 시 인생 60년을 기념해 엮은 선집이다. 시인이 직접 고른 시 60편과 연작시 ‘촛불’ ‘사랑초서’가 묶였으며 화가 윤정선 씨의 그림 30점도 함께 실렸다.

김 시인은 ‘사랑의 시인’으로 불린다.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 많아서다. 기독교적 경건함을 바탕으로 한 김 시인의 연시(戀詩)는 무분별한 열정이 아닌 절제와 인내를 담고 있다. 기다림을 통해 얻어지는 사랑이 어떤 것보다 가치 있음을 시인은 오랜 세월 끈기 있게 노래해 왔다.

선집에 실린 작품은 그의 대표적인 사랑 시편들이다. 오랜 세월 써 온 시들은 독자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순정한 감정인지를 새삼 일깨운다.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버려진 듯 홀로인 창가에서/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도/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오월 연가’에서)

아무리 가파른 시대라도 사랑의 고결함을 해칠 수 없다는 게 김 시인의 신념이다. 표제 시 ‘사랑하리, 사랑하라’는 그 믿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천부의 사람 마음/그 더욱 사람 사랑/새벽 숲의 청아한 그 정기를/누구라 막을 것인가//사랑하리, 사랑하라/그대의 순정과/그대 사랑하는 이의 순정으로/그 더욱 사랑하고, 사랑하라.’

선집을 낸 김 시인은 “그 어떤 사랑의 시도 사실은 사랑에 육박하지 못한 미완의 습작시일 뿐”이라고 겸허하게 말한다. 그는 “사랑이 아직 오지 않았거나, 왔으되 자취 없이 지워졌다고 여겨지더라도 사랑의 열망과 신뢰는 살아 있는 순열한 불씨이곤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삶, 아니 우리의 출생부터가 신의 축복이며 한없이 귀중하고 고마운 것”이라고 자신의 사랑관을 밝혔다. 시화선집 출간을 기념해 30일까지 교보문고 강남점 이벤트홀에서 시화전이 열린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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