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몬스터’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가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지상 최대의 로봇 편’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1952년 발표된 아톰 시리즈는 전후 일본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아시모로 대표되는 일본 로봇 공학의 오늘을 있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아톰은 2003년 4월 2일 덴마 박사에 의해 탄생한다. 우라사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3년부터 ‘플루토’를 연재하고 있다. 그런데 우라사와는 왜 아톰을 기념하자면서 플루토를 타이틀로 내세웠을까?
로봇 플루토는 100만 마력의 힘으로 인간에게 사랑받는 로봇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악역이었다. 마치 명왕성처럼 그 역시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로봇으로서 제 역할을 못해 영웅이 되지 못한 아웃사이더. 인간에게 사랑받는 아톰은 플루토와 싸워야 한다.
그런데 아톰의 힘은 10만 마력에 불과하다. 아톰은 적의 힘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키워야 하고 인간을 대리해 싸워야 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그러나 그 힘은 궁극적으로 적을 제어하기 위한 평화적 목적으로 활용됐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철완 아톰의 힘, 원자력 에너지의 발전, 로봇 공학의 현재는 플루토라는 적대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봇 플루토는 하데스가 지하의 부를 인간에게 선물한 것처럼 인간에게 100만 마력의 힘을 경험하게 했고 아톰은 그 힘에 대한 동경의 산물로 탄생했다.
우라사와는 영웅이 되지 못한 이의 등장이 영웅의 탄생을 부르고 완전한 세계를 이루게 한다는 점에 집중한다. ‘플루토’는 지금 우리에게 극복의 대상이 되는 반영웅, 적대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평소 넘어서지 못했던 우상의 다른 모습이다. 우상이 적이 되는 순간 나를 넘어서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박석환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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