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이트를 아시나요]새벽편지(www.m-letter.or.kr)

  • 입력 2006년 11월 18일 02시 57분


“하루 시작을 잔잔한 감동으로….”

이 사이트는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 등을 보살피는 구제단 ‘사랑밭’이 회원들에게 감사의 e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e메일 내용에 감동한 회원들이 친구, 친지, 이웃들에게 보여 주면서 소문이 퍼져 지금은 누리꾼들에게까지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2003년 7월 24일 감동적인 사연을 담은 e메일 서비스를 처음 발송한 이후 6개월 만에 회원 5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홈페이지는 2004년 1월 정식으로 열었다.

회원이 아니라도 홈페이지에서 신청만 하면 받아 볼 수 있다.

매일 새로운 편지를 배경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음성편지와 영상편지도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누리게 하는 사이트다.

‘지난 새벽편지 보기’ 메뉴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발송한 사연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읽고 난 느낌’ 코너에도 심금을 울리는 소감이 적지 않다.

“가슴 아픈 사람들, 애태우다가 뻥 뚫린 마음을 가눌 길 없어할 그때, 아련한 음악과 글로 작은 힘이 되고자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 새벽편지가 이슬이 되어 창문을 두드리고자 한다.”(새벽편지 대표 권태일 목사)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 ‘새벽편지’에 실린 ‘시아버지의 문자메시지’ 사연

“어미야,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내게는 휴대전화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

시부모님께 휴대전화를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 휴대전화를 사드렸다.

문자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휴대전화를 내가 보관하게 된 것.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러 나가신 후 ‘띵동’하고 어머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온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 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보고 싶네”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휴대전화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 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끓인 후 소주 한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 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어머님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낸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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