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하는 문화산책]뮤지컬 레미제라블의 ‘On My Own’

  • 입력 2006년 11월 1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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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동아일보 자료 사진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에포닌을 등장시킨 영국 ‘레미제라블’ 공연 포스터(왼쪽)와 어린 코제트를 내건 ‘레미제라블’의 메인 포스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에포닌을 등장시킨 영국 ‘레미제라블’ 공연 포스터(왼쪽)와 어린 코제트를 내건 ‘레미제라블’의 메인 포스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흔히 ‘세계 4대 뮤지컬’중 하나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의 여주인공은 아시다시피 코제트입니다.

하지만 여배우들은 여주인공 코제트보다도 조연인 에포닌 역을 훨씬 탐냅니다. 실제로 내년 ‘레미제라블’ 공연을 앞두고 국내 제작사가 최근 오디션 공고를 내자 전체 여배우의 60%가 에포닌 역에 몰려 코제트를 지망한 여배우의 두 배가 넘었다지요. 왜 그럴까요?

뮤지컬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아리아 중 하나인 ‘나 홀로(On My Own)’를 이 작품에서 에포닌이 부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성인) 코제트는 연인 마리우스와 아름다운 2중창인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A Heart Full Of Love)’을 부르긴 하지만 솔로곡은 단 한 곡도 없습니다. 이 작품에는 ‘하루가 지나면(One Day More)’ ‘함께 잔을 들어요(Drink With Me)’ 등 명곡이 많지만 ‘나 홀로’는 여배우들이 여주인공 역을 포기하면서까지 부르고 싶어 할 만큼 아름답지요.

거리의 삶을 사는 에포닌은 부잣집 청년 마리우스를 짝사랑하지만 차마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채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사랑을 키워 가는 것을 바라만 봅니다. 프랑스 혁명군에 가담한 마리우스는 코제트에게 보내는 연서(戀書)를 쓴 뒤 에포닌더러 전해 달라고 부탁하지요. 마리우스의 편지를 전해 준 에포닌이 어둔 밤거리에서 쓸쓸히 부르는 노래가 바로 ‘나 홀로’입니다.

노래가 끝나면 에포닌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리우스를 찾아 혁명군 바리케이드에 가다가 결국 총에 맞고 숨을 거둡니다. 그토록 사랑한 마리우스의 품에 안긴 채…. 많은 사람이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장면이지요.

천사같이 청순한 코제트보다 잡초 같은 에포닌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 창법의 차이에서도 드러납니다. 코제트는 곱게 뽑아 올리는 성악 발성으로 부르는 반면 에포닌은 진성(眞聲) 창법으로 노래합니다.

‘레미제라블’의 역대 에포닌 중 가장 유명한 배우는 레아 살롱가입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역을 맡아 스타가 된 필리핀 출신 배우지요. 국내에서는 레미제라블 10주년 기념 콘서트 DVD와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OST가 나와 있습니다.

에포닌은 비록 마리우스의 사랑은 얻지 못했지만, 주인공보다 빛나는 조연이 되어 대중의 사랑을 차지합니다. 얼마 전 영국 공연에서는 홍보 포스터에 에포닌의 얼굴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지요.

지금 이 순간, 짝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분들이 있다면 에포닌의 ‘나 홀로’를 들어보길 권합니다. 빅토르 위고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만큼 인생에서 큰 행복은 없다”고 했다지만, 확신을 갖고 사랑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겠지요. 이루어진 사랑 못지않게, 짝사랑도 아름답습니다.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부르는 이중창 보다 에포닌의 솔로곡이 더 빛나듯이….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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