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시인이 시를 선뵈는 것은 5년 만이다. 그는 2001년 겨울 문예지에 ‘이런 시’ 등을 발표하고는 시작(詩作)을 중단했다. 최 시인의 치열하고 정열적인 시세계를 아끼던 문인들은 쇠약해져 시 쓰기를 힘들어하는 시인을 안타까워했다.
‘짧은 인생 하나/뭉뚱그리 큰 하늘 하나 지우고 있다./억겁 밖에서 다른 하늘 하나 터진다.//억겁 밖에서 다른 하늘 하나 결코 터지지 않는다.’(‘하루에 볼펜 하나’에서)
신작들은 대개 짧지만 강렬하다. 시인의 여전한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병고에 시달리던 최 시인은 2년 전 외숙부가 있는 경북 포항으로 내려가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다. “최 시인이 아직 대외적으로 나서긴 어렵지만 최근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문학 활동을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외숙부는 말한다. “‘다시 시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그동안 신세 진 모든 이에게 시로써 갚겠다’고 전하더라”고 덧붙였다. ‘병원 내 창가 너머/산등성이 늘 비어 있음/고요와 적막 그 하늘 너머/언제나 있었던 그 하늘 너머’(‘나는 결코 춤춰본 적이 없었다’에서) 같은 시구를 통해 병환 중이지만 시를 쓰려는 의지를 다지는 시인의 모습을 헤아려 볼 수 있다.
올봄 서울에 잠시 올라온 최 시인과 만난 장석주 시인은 “괜찮은 시집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젊은 시인들 시집 10권을 줬더니 밤새워 읽는 눈치였다”면서 “내 안의 귀신들과 싸우느라고 기운이 다 빠진다’면서도 뭔가를 쓰고 싶다는 의욕을,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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