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윤해동(한국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천정환(국문학) 성균관대 교수, 허수(한국사) 동덕여대 교수, 황병주(한국사) 국사편찬위원회 편년연구사, 이용기(한국사)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윤대석(국문학) 인하대 연구원 등 40대 소장학자 6명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부터 박정희 통치기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2000년 이후 국내외 논문 중 주로 젊은 학자들의 논문 28편을 선정해 6부로 나눠 수록했다.
이 책은 ‘해전사’를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낡은 관점에 묶여 있다고 비판하고 일제강점기 분석에 있어 친일과 항일의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재인식’의 문제의식을 상당부분 공유한다. 그러나 ‘해전사’가 제국주의의 쌍생아인 민족주의에 묶여 있다면 ‘재인식’은 개발지상주의와 국가주의로 요약되는 근대주의와 실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편집위원들은 머리말에서 “‘재인식’의 개봉박두가 예고되었을 때 ‘이제야 나와야 할 것이 나왔다’라는 기대로 반가웠으나 기대는 곧 큰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밝혔다. 편집위원들은 그 이유를 “전체적으로 ‘재인식’은 한국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인 진영논리로 채색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편집위원들은 “‘재인식’의 논리적 기저에는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며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모두 근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재인식’은 변종 근대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또 편집위원들은 ‘해전사’와 마찬가지로 ‘재인식’ 또한 실증을 통해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실증주의가 작동하고 있는데 “실증주의는 역사인식의 근대주의 그 자체”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을 모토로 한 이 책은 어떤 차별성을 지닐까. 이 책은 ‘해전사’의 수탈론과 ‘재인식’의 식민지근대화론을 모두 비판하며 근대성 자체에 수탈과 개발의 양면이 공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식민지 경험을 통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우리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제국주의시대 대다수 국가가 경험했던 세계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또 광복 이후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민주화세력이나 산업화세력 모두 개발을 강조하는 근대주의 논리 아래 민중 또는 대중을 억압, 포섭, 조작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해방전후사의 인식-해방전후사의 재인식-근대를 다시 읽는다 비교 | |||
- | 해전사(1979∼1989) | 재인식(2006) | 근대를 다시 읽는다(2006) |
역사관 | 민족주의·민중주의수정주의·이상주의 | 탈민족주의·실증주의탈수정주의·현실주의 | 탈민족주의·탈국가주의탈근대주의·포스트모던 역사관 |
일제강점기 | 친일 대 반일, 애국 대 매국, 수탈과 핍박이라는 이분법적 시각 | 일제를 적으로 삼으면서도 모범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모순적 중층적 상황에 초점 | 수탈과 개발이 중첩된 식민지조선의 상황을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의 관점에서 조망 |
광복 이후 국민국가 형성기 | 대한민국 건국세력은 민족통일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독재세력 | 대한민국 건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독재체제를 압도하는 번영과 자유를 확보 | ‘대중의 국민화’ 과정에서 공식역사가 지워버린 하위주체의 잃어버린 기억에 초점을 맞춰 근대화 논리에 감춰진 폭력성을 비판함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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