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는 21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197번지 일대(옛 미래마을부지)에서 '발굴조사 현장 설명회'를 열고 "백제 초기 도성 풍납토성(사적 제11호) 발굴 결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 유적을 비롯해 대형 폐기장, 석축, 수로, 주거지 등 80여기의 유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성백제(기원전 18년~서기 475년) 당시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도로는 너비 8m, 길이 41m에 이르는 남북 도로, 너비 5m 가량의 동서 방향 도로 등 2개다. 너비 7.5~8m 정도의 이 도로는 땅을 얕게 판 후 가운데 부분에 폭 5m, 두께 20cm 가량의 잔자갈을 볼록하게 깔아 도로 양 측면으로 빗물이 흘러내려 배수가 가능하게 축조됐다.
문화재연구소 신종국 학예연구사는 "도로가 한성시대 후기에 들어선 주거지나 수혈(구덩이)에 의해 파괴된 된 점을 감안하면 축조시기가 한성 도읍기인 3세기 무렵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갈을 다진 포장 방식은 많은 공력이 소요되는 것으로 사비 시기 부여의 궁남지, 관북리 유적, 익산의 왕궁리 유적의 도로가 포장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볼 때 당시 풍납토성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풍납토성 도로 유적 건설 시기가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신라 왕경(王京)이나 백제 사비 시기(A.D.538~660)의 도로 조성 연대인 6세기보다 300년 이상 앞선다. 문화재연구소는 또 이런 규모의 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풍납토성이 백제가 한성에 도읍하던 시대의 왕성 또는 왕경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모래와 자갈이 자연적으로 퇴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연구소 측은 △모래층과 자갈층이 물에 휩쓸려 퇴적될 경우 무거운 자갈층이 모래층 하부에 먼저 쌓이며 △자갈층 뿐 아니라 그 위에 넓직한 할석(割石)을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인공 도로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7번지 일대(20,955㎡)의 나머지 지역에 대한 조사를 2010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며, 그 이후에도 풍납토성 내 사적지정지역에 대한 연차조사를 벌여 풍납토성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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