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월드]똑똑해진 군중 정보 생산나서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똑똑한 군중(smart mobs).’ 미디어 비즈니스 업계의 화두다. 맹목적이고 지각 없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군중’에 ‘똑똑한’이란 모순의 형용사가 합성된 이 개념은 디지털시대 군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 할 수 있다.

하워드 라인골드가 2002년 펴낸 책 제목이기도 한 ‘똑똑한 군중’(한국에서는 ‘참여군중’으로 번역 출간됨)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여론을 생산 전파할 뿐 아니라 집단행동까지 불사하는 일단의 사람들을 지칭한다. 지도자도 없고 조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군중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적극적이고 똑똑한 이 네트워크 군중은 더는 사회의 수동적 객체가 아니다.

이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처음 기업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되어 짧은 시간 내에 정치 문화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는 미디어 업계에서도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똑똑한 독자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2006년 최고의 블로그(Best of blogs)로 미국의 ‘선라이트재단(Sunlight foundation blog)’을 선정해 발표했다. 세계에서 추천받은 5500개 블로그 중에서 선정된 ‘선라이트재단 블로그’는 미국 의회에 대한 심층 모니터로 유명한 대표적인 ‘감시견(watch dog)’ 사이트다.

온라인 자원봉사자들과 변호사들의 유기적 협력 관계를 통해 이른바 스마트몹 저널리즘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이 블로그는 고품질의 심층 정보로 승부한다. 똑똑한 군중의 협력적 정보 생산으로 유명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진일보한 형태라고 할 만하다. 선라이트재단의 이번 수상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결합된, 혹은 프로 같은 전문적 능력을 갖춘 아마추어가 참여하는 ‘프로암(pro-am)’ 저널리즘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게 하는 소식이다.

맹목적이고 충동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지각없는 사람들, 19세기 사회심리학자 르봉의 군중에 대한 묘사다. 이런 르봉 식 군중론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우리 사회에 도래한 것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안민호 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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