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은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올해로 출간 30주년을 맞는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한 사회에서 문화적 요소로서 전승되는 유전자 같은 기초요소를 지칭한다.
문화관광부가 22일 발표한 ‘민족문화 원형 발굴 및 정체성 정립 계획’은 바로 이런 한국적 밈을 추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문화부 계획에 따르면 10년에 걸쳐 4000억여 원이 투입될 계획이라고 한다.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주변국의 문화획일화와 문화패권화에 대항하면서 한국의 문화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21세기 성장 동력인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창작자원을 정립하기 위해 이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현재 한국이 처한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발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발표였다. 또 이웃국가의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 대응 논리의 빈곤함을 메워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대사, 민속학, 고전문학, 신화학, 고고학, 미술사, 언어학, 인류학, 유전학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에 처한 기초인문학을 부흥시킬 국가적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기초가 될 학술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적 밈을 추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밈을 정부가 먼저 천명하고 학술연구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앞뒤가 전도된 사고방식에 있다. 문화부는 10명의 전문위원과 5개월의 사업계획 구상을 거쳐 ‘터, 판, 장이, 꾼, 다움, 씨, 얼, 들, 울, 신명, 불, 멋, 글’이라는 13대 문화원소를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200여 개의 세부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계 연구는 충분하니까 이를 실용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용감한’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그 전문위원들도 인정할 정도로 이에 대한 우리 학계 연구는 일제강점기 때보다 후퇴한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의 뿌리를 탐색하는 문제에서조차 기초연구를 배제한 채 산업화와 실용성을 앞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부가 ‘우물 앞에서 숭늉 찾기’보다는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을 되새기면서 이를 문화예술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과제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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