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부활하는 스포츠 만화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3시 02분


스포츠만화의 매력은 펄떡이는 생명력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에너지가 넘실댄다. 드라마틱한 스포츠의 감동과 온갖 인간군상의 내면을 함께 볼 수 있어 언제나 사랑받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포츠만화의 매력은 펄떡이는 생명력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에너지가 넘실댄다. 드라마틱한 스포츠의 감동과 온갖 인간군상의 내면을 함께 볼 수 있어 언제나 사랑받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반갑다, 스포츠만화.’ 한때 시들했던 스포츠만화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슬램덩크’ 이후 눈에 띄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던 참에 작품성과 재미를 겸비한 화제작이 속속 나오고 있다.

스포츠만화의 부활을 이끈 선두주자는 한국만화 ‘지랄발광’(황금나침반).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에서 고교생의 길거리농구 이야기를 그려 인기를 모았다.

길거리농구 스타 안희욱 선수가 “길거리농구의 정신이 살아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일본에서 천재 만화가로 꼽히는 마쓰모토 다이요의 스포츠만화 ‘핑퐁’과 ‘하나오’(애니북스)도 선보였다. 핑퐁은 ‘일본만화 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 50선’에 뽑힌 걸작.

야구를 소재로 한 하나오는 삭막해진 부자간의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단편이지만 울림은 강하다. 수많은 스포츠만화 가운데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 있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에게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만화 10선을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말 하루 새로운 신간과 함께 오래 묵은 걸작의 장맛도 느껴 보자.》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한국 만화 10선

# 도전자(박기정)

헝그리 정신이 살아 있는 권투를 통해 상처 받은 젊음의 영혼을 보듬었다. 1960년대 만화에서 시대의 반항아 아이콘이었던 ‘훈이’를 탄생시킨 작품이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 전후 등 근현대사의 상처가 내면에 묻어나는 깊이를 지닌 걸작.

# 불타는 그라운드(이원복)

만화의 과장성을 버리고 축구 전술에 입각해 이야기를 풀어 낸 진지함이 돋보인다. 청춘의 열정이 축구 그라운드에 그대로 전해진다. 작가는 ‘먼 나라 이웃 나라’와 같은 교육만화로 유명하지만 순수창작만화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 울지 않는 소년 & 한국인(이상무)

1970, 80년대 스포츠만화는 ‘독고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귀여운 이미지와 반항적 이미지가 뒤섞인 독고탁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캐릭터. ‘울지 않는 소년’이 비교적 어린이 층을 겨냥한 작품이라면 ‘한국인’은 청소년이나 어른에게 더 알맞다. 1970년대 이상무의 작품은 ‘일본’이 적대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게 특징.

# 태양을 향해 달려라(허영만)

1980년대 월간 만화잡지의 부록으로 연재한 야구만화. 스포츠만화의 본질인 승부를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살렸다. 허영만의 유쾌한 개그가 살아 있어 흥미롭다. 박 교수는 “아직도 이 만화에서 배운 ‘커브 던지는 법’이 기억난다”고 할 정도.

#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1980년대 만화의 지형을 뒤흔들어 놓은 명작. 영화로도 만들어져 히트했다.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 ‘오혜성’ 또는 ‘설까치’는 1980년대 젊은이의 표상이었다. 주인공의 대사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는 노래로도 인기를 끌었다. 구석까지 몰린 실패자들의 거대한 한풀이 한마당이란 측면에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 공포의 보디체크(박원빈)

‘공포의 외인구단’ 붐은 만화를 한동안 스포츠만화의 격전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대부분 야구나 권투, 축구를 다뤘지만 ‘공포의 보디체크’는 독특하게도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택했다. 격정적인 인물 묘사와 불을 뿜는 라이벌 구도가 인상적이다.

# 2시간 10분(허영만)

1980년대 허영만은 코믹 SF 역사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다. 스포츠만화 역시 그가 사랑한 장르로 권투 축구 야구는 물론 모터사이클 같은 낯선 소재도 거침없이 활용했다. 마라톤을 소재로 한 ‘2시간 10분’은 한국에선 보기 드물게 스포츠과학과 그 속에 숨겨진 섬세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

# 스카이레슬러(장태산)

1960년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프로레슬링. 그러나 프로레슬링에 숨겨진 그늘이 점차 드러나며 국내에선 점차 인기를 잃어갔다. 누구도 더는 레슬링에 관심을 갖지 않던 80년대에 장태산은 이 마이너리그의 스포츠를 특유의 거친 선으로 풀어 냈다.

# 슈팅(전세훈)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는 만화로도 옮아 갔다. 숱한 축구만화가 등장했지만 ‘슈팅’은 단연 군계일학. 젊은이의 성장이라는 낯익은 주제를 자연스럽게 담았다. 최근 연재한 스포츠만화 가운데 가장 오래 연재됐던 것만 봐도 인기와 작품성을 가늠할 수 있다.

# MLB카툰(최훈)

스포츠만화라고 순수창작만화만 있는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연재하며 인기를 끈 미국 메이저리그에 대한 지식만화.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물론 선수들에 대한 꼼꼼한 평이 유쾌하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기도 했다.

○ 일본 만화 10선

# 내일의 죠(지바 데쓰야)

국내에는 ‘허리케인 죠’로 알려진 작품. 1970년대에 나왔지만 이후의 권투만화까지 통틀어 최고로 꼽힌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 열정만으로 사각의 링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드라마가 눈물겹다. “하얗게 재가 되도록 불태웠다”는 마지막 대사가 긴 여운을 남긴다.

#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설명이 필요 없는 1990년대 최고 인기 만화. 일본과 한국에 농구 붐을 일으킬 정도로 반향이 컸다. 주인공의 한국판 이름인 ‘강백호’ ‘서태웅’ 등은 지금도 회자된다. 코믹과 감동, 깊이까지 갖춘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힌다. 아직도 후편을 기대하는 팬이 적지 않다.

# 핑퐁(마쓰모토 다이요)

한정된 공간에서 펼치는 탁구의 스피드를 광각렌즈 시각이나 이분할 프레임으로 잡은 독창성이 격찬을 받았다. 흔한 연애감정도 없이 특유의 거친 터치와 강렬한 흑백의 대비만으로 묘사해 보는 이를 숨죽이게 만든다.

# H2(아다치 미쓰루)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는 아다치 미쓰루의 대표작. 꿈을 좇는 10대들의 심리를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려 낸다. 직접적인 대사보다 특유의 여백을 이용해 언뜻언뜻 드러내는 섬세한 감정 표출이 눈부시다. 역시 야구를 다룬 ‘터치’도 대단한 수작.

# 야와라 & 해피(우라사와 나오키)

‘야와라’는 천재 유도 소녀를, ‘해피’는 천재 테니스 선수의 꿈과 사랑을 그려 낸 작품. 한국 드라마에서도 많이 쓰이는 선한 주인공과 악당 라이벌, 삼각관계, 그리고 마지막 승리라는 구도가 잘 버무려졌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설득력 있게 풀어 낸 청춘 스포츠만화의 전형.

# 이니셜D(시게노 수이치)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카레이싱 만화. 세상사에 관심 없는 천재 레이서가 자신의 재능과 본능에 눈뜨며 라이벌을 물리친다.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마니아적인 소재로도 흥미를 끄는 일본만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아웃사이더로 묘사되는 주인공의 표정이 매력적.

# 플라이하이(기쿠타 히로유키)

역시 흔치 않은 소재인 체조를 다뤘다. 철봉 하나로 엮어 내는 꿈과 좌절, 용기와 성장을 담백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렸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남자체조 평행봉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모리스에 신지의 스토리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 아이실드21(이나가키 리이치로)

21세기에 나온 스포츠만화 대표작 가운데 하나. 미식축구를 소재로 코믹과 감동이 적절히 섞여 있다. 작품 속에서 아이실드21이란 미국 노트르담대 부속 중학교에서 100년마다 한번 나타난다는 천재 러닝백을 뜻한다. 물론 현실엔 없다.

# 우리들의 필드(무라에다 겐이치)

축구를 소재로 했다. 평범함 속에 감춰진 진실한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홍명보 선수를 모델로 한 한국축구 선수가 등장해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쳐 프로선수가 되는 과정을 꽤 길지만 지루하지 않게 그렸다.

# 고스트 바둑왕(오바타 다케시)

심심할 것만 같은 바둑을 다뤘으면서도 탁월한 인물 묘사로 흥미를 배가시킨 작품. 프로바둑기사의 감수를 받아 현실성을 높였다. 국내에서도 한때 어린이 바둑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중세 시대 천재 바둑기사의 영혼이 재능을 지닌 한 소년의 앞길을 이끌어 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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