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박사는 “시서화 삼절(三絶)은 예로부터 선비 정신의 표상”이라며 “선비 정신을 되새기는 데는 아직 늦지 않은 나이”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정치발전론’ 출판을 기념해 부산일보 전시실에서 시서화 개인전을 연 바 있다. ‘2005 서울서예비엔날레’ ‘고뇌하는 한국 서예가 100인전’(2006년)에 잇따라 출품하는 등 개성이 뚜렷한 서예가로 평가받고 있다.
문집에는 그가 지금까지 쓰고 그려 온 서예와 그림, 시들을 수록했다. 학자와 예술가로서 평생의 교훈처럼 간직하고 살아 온 문구인 ‘학해무애 예도무궁(學海無涯 藝道無窮·학문과 예술은 끝이 없다)’을 비롯한 글씨와 포효일성백수복(咆哮一聲百獸伏·호랑이의 포효에 모든 짐승이 엎드려 숨을 죽이다·사진),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추위와 고통 속에서도 향기를 내는 매화) 등 문인화를 실었다. 그림 ‘미중미미인지미(美中美美人之美)’에서 그는 미인이야말로 살아 있는 예술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귀거래사’ ‘반야심경’을 비롯한 서예 작품들은 물 흐르듯 유려한 서체로 “독특한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다. 서예가인 오후규 부경대 교수는 “설봉체로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학문의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나이 든 뒤 다시 내면에 품어 왔던 예술의 길로 들어섰다”며 “학문과 예술을 삶의 지주로 삼아 온 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라고 말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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