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고치듯 제 노래도 다듬었죠”…6집 발표 앞둔 왁스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바람이 휙 불더니 그녀가 나타났다. "언제 오셨어요?"라고 묻기도 전에 "안녕하세요"라며 거침없이 인사하고 마무리로 호탕한 웃음까지 날려주는 그녀. 정녕 '화장을 고치고', '부탁해요' 같은 애절한 발라드를 부른 여가수 왁스(30) 맞는가? 27일 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늦가을 바람처럼 시원스러웠다.

"저 원래 단순하고 시원시원해요. 그간 TV 오락프로그램에 안 나가고 슬픈 노래만 불러서 그런지 청승맞을 것 같죠? 아휴~ 지금도 6집 다 완성했는데 성격이 급해서 빨리 활동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꽤 터프하시네요"라고 말하려다 멈칫,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했다. 그것은 지난해 2월 발표한 5집 때문일 지도 모를 일. 2000년 데뷔 앨범 발표 이후 '화장을 고치고'(2001), '부탁해요'(2002), '관계'(2003)까지 연타석 히트를 기록했지만 5집은 그에 비하면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부진'이라는 소리에 탐탁치 않은 듯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사실 '화장을 고치고' 같은 곡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 같아요. 노래도 좋았고 음반 시장도 지금보단 좋았으니… 앞으로 어떤 발라드를 불러도 그 곡과 비교당할 걸요? 개인적으로 5집에 아쉬움은 없지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이왕 얘기 나온 김에…"라며 그녀는 일본 진출 이야기도 꺼냈다. 올해 4월 '화장을 고치고'의 일본어 버전 싱글 음반 '아카이 이토'를 발표한 그녀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를 겪으며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 '절치부심'으로 6집을 만들었다나.

"거의 매년 앨범을 냈으니 2년 9개월은 엄청난 공백이죠? 사실 5년 전만 해도 2집 앨범이 80만장 넘게 팔렸는데 지금은 1위를 하든 10위를 하든 사람들이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해요. 근데 그럴수록 앨범 완성도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완성도는 매너리즘 타파부터 시작됐다. '발라드 타이틀곡-댄스 후속곡' 구조를 띠던 전작들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에 담긴 10곡은 "한 편의 책을 읽듯 이어진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타이틀곡 '사랑이 다 그런 거니까'나 '두툼한 지갑' '사람을 찾습니다' 등은 전형적인 왁스 풍 발라드지만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레게풍의 '애주가'나 포크 록 '목포시 청담동' 등 튀는 곡도 앨범 전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록 음악을 좋아하지만 발라드가 내 최고 히트곡이 되는 현실에 괴리감도 많았고. 하지만 대중가수인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이런 고민을 안고 지내다보니 어느새 데뷔 8년이 넘었네요."

8년 전 '경아의 하루'를 부르던 모던 록 밴드 '도그'의 여성 보컬 조혜리. 어느덧 본명보다 '왁스'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그녀가 6번째 앨범을 손에 쥐며 뿌듯해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불안한 것은, 가수는 자신의 노래 제목대로 산다고 하던데 그녀는 오늘도 "사랑이 다 그런거니까"라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려한다. "혼사길 막힐 까봐 겁나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녀, '광풍'을 뿜으며 말했다.

"진짜 그래요. 인간 조혜리 하면 '경아의 하루' 같은 발랄한 애였는데 갈수록 '화장을 고치고' 같은 애로 변해가요. 그래도 내년 운수에 저 시집간다고 그러던데요. 그 땐 꼭 축가로 '오빠' 부를 거에요."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