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갓집 귀신’도 웃게 만드는 마지막 광대 강준섭(76) 씨.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 다시래기 예능보유자이지만, 그는 요즘도 전국의 천막 극장을 돌아다니며 현역 광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심 봉사’ 연기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의 연기의 표본이 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막상 광대 연기를 배우겠다는 제자는 거의 없다.
그가 모처럼 서울에서 판을 벌인다. 12월 4∼13일 오후 4시, 7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형문화재전수회관 풍류극장. 나라음악큰잔치(위원장 한명희) 초청으로 1주일간 ‘경문유희’ ‘뺑파막’ ‘놀보막’ 등 자신의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판소리든 창극이든 ‘더늠(몸짓 연기)’이 있어야제. 심 봉사를 연기할 때 이렇게 고개를 한쪽으로 텀시롱, 입은 씰룩씰룩 함시롱, 다리는 한 발 한 발 놓음시롱, 눈은 깜빡깜빡 함시롱…. 이건 아무나 못 따라허제.”
진도에서 대대로 ‘당골(무당)’을 이어오던 집안에서 태어난 강 씨는 어릴 적부터 판소리와 춤, 악기 다루기가 몸에 뱄다. 그는 14세 때 더는 ‘어정판(굿판)의 식은 밥’을 먹기 싫어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조선성악연구회에서 명연기자로 활약했던 명창 김준섭(1913∼1968)에게 ‘심 봉사’ 연기를 배웠다.
이후 ‘딸딸이’라고 불렸던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며 그는 ‘심청전’ ‘흥부전’ ‘장화홍련전’ ‘춘향전’ 등 판소리는 물론이고, ‘어사 박문수’ ‘단종애사’ 등 사극과 ‘어머니 울지 마세요’ ‘안개 낀 목포항’ 등 코미디극까지 닥치는 대로 연기를 했다.
강 씨의 말에 따르면 그와 유랑극단 공연을 다녔던 사람들 중엔 요즘 내로라하는 판소리계 명창들과 허장강, 황해, 남철, 남성남 등 왕년의 배우, 코미디언들도 많이 있다. 모두들 약장사를 따라다니며 유랑극단 무대에 섰던 시절을 숨기지만 그는 당당하다. 요즘도 그는 언제 어디서 공연할지 몰라 갓과 지팡이, 담뱃대를 필수 휴대품으로 챙겨 다닌다.
“광대 짓을 왜 했느냐고? 그야 벌어먹기 위해 한 것이지 다른 것은 없어. 그저 돈 많이 준다고 하면 거기 가서 소리하고 연극하고 그런 것이제. 거기에 박수까지 받으면 좋고.”
관람료는 무료. 02-760-469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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