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比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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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에서 ‘比(비)’는 두 사람이 나란히 가깝게 서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여기서 ‘比’의 다양한 의미가 생겨난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어 ‘무리, 패거리’라는 뜻이 나온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부터 ‘늘어서다’라는 의미가, 서로 가깝게 서 있는 모습으로부터 ‘촘촘하게 나란하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촘촘하게 서 있으면 서로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므로 ‘섞다’라는 의미도 나온다.

서로 가까이 서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 가깝다는 의미를 나타내므로 ‘근래, 작금’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서로 가까이 서 있는 것은 친숙하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比’에는 ‘친숙해지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친숙한 사이가 되면 서로 돕게 되며 마음이 편해진다. 이에 따라 ‘돕다, 마음이 누그러지다, 즐거워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두 사람이 서로 경쟁하거나 서로 흉내 내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이로부터 ‘견주다, 겨루다, 본뜨다, 모방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으면 누가 앞서는지를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比’에는 ‘비기다, 나란하다, 같다, 대등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따르거나 쫓는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로부터 ‘따르다, 쫓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따르는 모양은 연이어 있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잇닿다, 접하다, 미치다, 미치어 이르다, 줄을 서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잇닿은 모양은 곧 합쳐지는 모양과 같으므로 ‘比’에는 ‘합하다’라는 의미가 나왔으며, 여기서 ‘엮다, 편집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엮거나 편집하는 것은 수많은 것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조사해 순서를 정하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조사하다, 고르다, 가려 뽑다’라는 의미가 생겨나게 되었다. 고르거나 가려 뽑는 행위는 특별한 선택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比’는 ‘편들다, 편들어 아첨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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