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첫날 역주행 출근에 이어 이날까지 공영방송 사장의 비정상적인 출근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 사장은 28일 ‘숨바꼭질 출근’을 했다. 사장의 출근 여부가 KBS의 ‘일급 기밀’이라도 되는 것일까. 이날 정 사장의 출근 사실은 쉽게 확인되지 않았다. 사장실 비서팀 관계자는 “질문을 받지 않게 돼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홍보팀은 “이미 출근했다”고 했다가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부분은 정 사장이 오늘 근무 중이라는 사실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맹세하건대, 오늘 정 사장은 출근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서로 말이 엇갈렸다. 결국 정 사장은 ‘몰래’ 출근했다가 저녁 무렵 퇴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BS 노조는 “낙하산 정연주는 KBS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들은 정권의 ‘코드’에 맞춘 편파 보도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연임을 반대해 왔다. 연임 과정도 이사회와 노조가 합의했던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무산 등 절차적 타당성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억지’ 과정을 거친 정 사장이 당당하게 입구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가 아닐까. 현장을 지켜본 기자에게는 평범한 말이 하나 떠올랐다. ‘출구는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지,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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