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은 ‘늘어놓다, 펼쳐놓다’라는 뜻이다. ‘陳列(진열)’은 ‘물건을 열 지어 늘어놓다’라는 뜻이고, ‘陳述(진술)’은 ‘말을 늘어놓다’, 즉 ‘설명하다’라는 뜻이다. ‘善(선)’은 여기에서는 ‘선한 정치, 선한 정책’, 즉 ‘훌륭한 정치나 정책’을 뜻한다. ‘閉(폐)’는 원래 ‘닫다’라는 뜻이다. 닫는 행위는 외부를 차단하거나 막는 행위이기도 하므로 ‘막다, 끊다, 단절하다, 끝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閉幕(폐막)’은 ‘막을 닫다’, 즉 어떤 행사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며, ‘閉會(폐회)’는 ‘회의를 끝내다’라는 뜻이 된다.
‘邪’는 ‘간사하다, 어긋나다, 치우치다, 나쁘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나쁜 정책’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謂(위)’는 ‘일컫다’라는 뜻이며, ‘之(지)’는 ‘그것’이라는 뜻이다. ‘敬(경)’은 ‘공경’이라는 뜻이다. 이를 합치면 ‘신하가 왕에게 훌륭한 정책을 설명해주고 나쁜 정책을 막아주는 것, 그것을 일컬어 공경이라고 한다’라는 뜻이 된다.
옛 사람의 공경은 이와 같았다. 조건 없는 공경이 아니라 왕으로 하여금 훌륭한 정치를 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진실한 공경심의 발로라는 것이다. 맹자에는 이 문장 다음에 ‘吾君不能謂之賊(오군불능위지적)’이라는 말이 이어진다. ‘吾君’은 ‘우리 임금’이라는 뜻이고, ‘不能’은 ‘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吾君不能’은 ‘우리 임금은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된다. ‘謂之賊’은 ‘그것을 일컬어 도적이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이를 합치면 ‘우리 임금은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신하가 아니라 도적이다’라는 말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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