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5>陳善閉邪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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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건 왕은 신하에게 공경 받기를 좋아하며, 신하는 왕을 공경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권력을 가진 사람을 공경하는 자세인가? 맹자는 신하의 자세를 평가하면서 ‘陳善閉邪(진선폐사), 謂之敬(위지경)’이라는 말을 한다.

‘陳’은 ‘늘어놓다, 펼쳐놓다’라는 뜻이다. ‘陳列(진열)’은 ‘물건을 열 지어 늘어놓다’라는 뜻이고, ‘陳述(진술)’은 ‘말을 늘어놓다’, 즉 ‘설명하다’라는 뜻이다. ‘善(선)’은 여기에서는 ‘선한 정치, 선한 정책’, 즉 ‘훌륭한 정치나 정책’을 뜻한다. ‘閉(폐)’는 원래 ‘닫다’라는 뜻이다. 닫는 행위는 외부를 차단하거나 막는 행위이기도 하므로 ‘막다, 끊다, 단절하다, 끝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閉幕(폐막)’은 ‘막을 닫다’, 즉 어떤 행사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며, ‘閉會(폐회)’는 ‘회의를 끝내다’라는 뜻이 된다.

‘邪’는 ‘간사하다, 어긋나다, 치우치다, 나쁘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나쁜 정책’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謂(위)’는 ‘일컫다’라는 뜻이며, ‘之(지)’는 ‘그것’이라는 뜻이다. ‘敬(경)’은 ‘공경’이라는 뜻이다. 이를 합치면 ‘신하가 왕에게 훌륭한 정책을 설명해주고 나쁜 정책을 막아주는 것, 그것을 일컬어 공경이라고 한다’라는 뜻이 된다.

옛 사람의 공경은 이와 같았다. 조건 없는 공경이 아니라 왕으로 하여금 훌륭한 정치를 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진실한 공경심의 발로라는 것이다. 맹자에는 이 문장 다음에 ‘吾君不能謂之賊(오군불능위지적)’이라는 말이 이어진다. ‘吾君’은 ‘우리 임금’이라는 뜻이고, ‘不能’은 ‘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吾君不能’은 ‘우리 임금은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된다. ‘謂之賊’은 ‘그것을 일컬어 도적이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이를 합치면 ‘우리 임금은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신하가 아니라 도적이다’라는 말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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