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이 갈비를 먹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말 갈비가 낱개로 팔리면서부터라고 한다.
광복 이후 갈비는 최고의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패밀리레스토랑이 잇달아 생겨나고 스테이크 문화가 확산되면서 갈비 외식업계도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최고급 갈비를 개발하고, 인테리어를 새롭게 꾸미고, 해외로 눈을 돌린다.
19세 때부터 갈비를 뜨고 양념을 연구한 메이필드호텔 한식당 ‘낙원’의 김영환(54) 조리장에게 갈비에 관한 ‘모든 것’을 들었다.
낙원은 모리 요시로, 다케시타 노보루 전 일본 총리를 포함해 일본 유명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들르는 단골 한식당.》
○ 원래는 ‘가리’
갈비는 원래 소의 갈비를 식용으로 부르는 말인 ‘가리’였다. 갈비탕, 갈비찜, 갈비구이도 서울 표준말이 아니었다.
1939년 종로 낙원동의 ‘평양 냉면집’에서 갈비구이란 간판을 내걸면서 갈비란 말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결국 1970년대 초 국어사전 편찬위원들이 토론 끝에 ‘가리’ 대신 ‘갈비’를 표준어로 택했다.
갈비는 4∼6일 정도 숙성해야 제 맛이 난다. 2∼3일 정도로는 질길 수 있다.
좋은 갈비는 선홍색 빛이 난다. 고기에 검붉은 빛이 돌면 질기거나 냄새가 날 확률이 높다. 육질은 마블링이 좋은 것을 고른다. 마블링은 지방층이 분포된 정도. 지방층이 가늘고 고르게 분포된 것을 고급으로 친다. 마블링은 운동을 적절하게 한 근육과 골격근 부위에 생기며 고기 맛을 좌우한다.
○ 수원식 VS 해운대식
갈비는 크게 국내산(한우, 육우)과 수입한 외국산으로 나뉜다.
한우 갈비는 한국 토종 암소와 거세우를 쓰며 육우 갈비는 국내에서 사육한 거세젖소와 새끼를 낳지 않은 암젖소를 사용한다.
수입 갈비는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산이 쓰인다. 냉동상태로 장기간 보관 운반되기 때문에 한우와 육우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한우 소갈비는 소 한 마리에 두 짝이 나오며 한 짝에서 갈비 13대가 나온다. 갈비는 양념 여부에 따라 생갈비와 양념갈비로 분류된다. 양념갈비는 수원식과 해운대식으로 나뉜다.
수원식은 소금으로 양념한다. 수분이 적어 석쇠를 이용해 숯불에 구워먹는다. 갈비를 칼로 두드리고 심줄 부분을 제거해 부드럽다.
반면 해운대식은 간장으로 양념한다. 불판으로도 구워 먹고 양념 국물에 사리나 밥을 넣어 비벼 먹는다. 갈비의 길이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고 업소마다 다르지만 대개 해운대식은 4∼5cm, 수원식 왕갈비는 11cm다.
○ ‘럭셔리 갈비’ 등장
김 조리장은 “예전에는 갈비를 화덕에 구웠는데 화덕은 불조절과 환기가 힘들었다”며 “지금은 불조절과 환기가 가능한 첨단 시설이 많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식메뉴의 강자로 독주했던 갈비는 강력한 경쟁자들의 도전이 계속되자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우선 1인분에 5만 원이 넘는 일명 ‘럭셔리 갈비’가 등장했다.
낙원은 소 한 마리에 10여 대밖에 나오지 않는 ‘한우 대갈비’를 1대당 6만5000원(세금 별도)에 판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대갈비는 양념 방식도 다른 갈비와 다르다. 주문이 들어오면 숙성시킨 갈비에 칼집을 낸 뒤 소금 양념을 한다. 한약 재료도 넣는다. 이는 고기 본연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 해외로 진출하는 갈비
하드웨어의 변신도 눈에 띈다. 화려하고 모던한 서양식 레스토랑에 맞서기 위해 고기의 맛과 함께 분위기에도 승부를 건다는 얘기다.
30년 전통의 서울 강남의 삼원가든은 올해 초 처음으로 매장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특히 무궁화홀은 신세대 감각에 맞추면서도 한국 전통 분위기를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갈비 음식점들도 늘고 있다.
낙원은 지난달 3일 일본의 유력 김치 제조판매사인 ‘기무치칸(沈菜館·김치관)’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2010년까지 일본 전역에 20개 갈빗집을 열 계획이다. 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으며 매출액의 2%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삼원가든도 내년에 중국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칭다오 등 구체적인 입지를 고르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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