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베스트셀러]부산 남천동 학원골목 ‘인디고서원’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이서영(19·부산 사직고 3) 양은 지난해 학원을 다니려고 갔던 수영구 남천동의 ‘학원 골목’에서 “꼭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서점”을 만났다. “간판도 서점도 너무 예뻐서 한동안 바깥에 서 있다가 용기를 내어” 들어간 뒤 그의 마음에 오롯이 자리 잡은 이 서점은 바로 인디고서원. 수능이 끝나고 수시논술을 급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가 고른 책도 이 서점에서 열린 청소년 독서세미나 내용을 모은 ‘주제와 변주’다. “직접 참여하고 함께 사고했던 기억을 되살려 나만의 글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디고서원은 전국에서 하나뿐인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학원 골목에 자리 잡았지만 그 흔한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팔지 않는다.

이곳의 베스트셀러도 남다르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팔린 책 5권은 노벨 평화상을 탄 무하마드 유누스의 이야기가 실린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을 비롯해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철학 통조림1’ ‘즐거운 불편’이다. 신간 중에선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가 인기다.

서점이지만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커뮤니티와 같은 곳이다. 청소년들이 서점 행사의 기획에도 참여하고 합창단도 만들며 청소년 잡지 ‘인디고잉’도 직접 제작한다.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독서세미나 ‘주제와 변주’는 청소년들의 열정적인 토론으로 이름나 저명한 필자들도 기꺼이 이곳을 찾는다. 그동안 최재천 장영희 도정일 교수, 소설가 성석제 씨 등이 다녀갔다.

허아람 대표는 이 서점을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려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베스트셀러로 획일적 사고를 조장하는 대신 새로운 관점을 모색하고 ‘내 생각’의 정리가 가능한 책들을 함께 읽으려 노력한다”는 것.

최근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읽었다는 김소정(19) 양에게 이 서점이 자신에게 어떤 곳인지를 묻자 “내게 인디고서원은 소라 껍데기”라고 답했다.

“소라 껍데기로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인디고서원에서는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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