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이지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때가 한 번은 찾아온다. 미국에 사는 소녀 버지니아는 여덟 살 때 그랬다.
“아빠,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선’ 신문사에 물어 보면 어떨까? 신문에는 사실만 나오니까 ‘선’지에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하면 분명 산타가 있는 거야.”
지금 같았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자”고 했을까. 하지만 그때는 1897년 9월. 버지니아는 뉴욕 ‘선’지에 편지를 썼고 프란시스 처치 기자는 9월 21일자 사설을 통해 “산타클로스는 있다”는 답장을 보냈다.
“산타클로스가 없다면 순수한 믿음도 사라지고, 시도 없고, 동화도 없고, 꿈도 없는 세상이 될 거야.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으로만 즐거움을 찾는 세상은 참으로 허무하고 슬프겠지.”
버지니아의 몇몇 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산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전설로 유명한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이라는 사전적 정의일 뿐이다. 산타 할아버지 때문에 착해지려고 하고, 산타 할아버지 생각에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찌 산타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처치 기자의 사설은 그 후 세계 각국에서 그림책으로 출간됐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음이 분명한 영문학자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원본에 살을 붙여 우리말로 옮겼다. 빨강 초록 보랏빛의 환상적이고 천진난만한 삽화로 장막 저편의 세계를 그려 보인 화가 김점선 씨도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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