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6>見風使舵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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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세상사에 맞춰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내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일, 내가 굳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 역사가 이미 진실임을 알려주는 일은 세상 사람이 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세상사와 관계없이 나의 생각대로 혹은 나의 삶의 방식대로 밀고 나가야 할 일도 있다. 대개 자신이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세상 사람도 그래야 한다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에도 남의 눈치만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는 그런 사람을 탓하게 마련이다.

‘見風使舵(견풍사타)’라는 말이 있다. ‘見’은 ‘보다’라는 뜻이다. ‘見聞(견문)이 넓어야 한다’라는 말은 ‘보고 들은 것이 넓어야 한다’는 말이다. ‘風’은 ‘바람, 바람이 불다’라는 뜻이다. ‘暴風(폭풍)’은 ‘난폭하게 부는 바람’이고, ‘旋風(선풍)’은 ‘회오리바람’이다. ‘旋’은 ‘돌다, 회전하다’라는 뜻이다. ‘바람’은 모든 곳에 도달하므로, 모든 곳에 통하는 ‘관습, 습속’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風俗(풍속)’은 ‘관습’이라는 말이다. ‘使’는 원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使臣(사신)’은 ‘심부름하러 가는 신하’라는 뜻이고, ‘大使(대사)’는 ‘큰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심부름꾼’에서 ‘시키다, 부리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舵’는 ‘배의 키’라는 뜻이다.

위의 의미를 정리하면 ‘見風使舵’는 ‘바람을 보고 키를 부리다’, 즉 ‘바람이 부는 방향을 보고 나서 그 방향으로 키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키를 움직이면 뱃사공은 힘들이지 않고 그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뱃사공이 배를 탔을 때는 원래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 방향을 버리고 바람이 부는 쪽으로만 가면 결국 어디에 도착하겠는가? 이처럼 원래의 목적을 잃고 세상 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것을 ‘見風使舵’라고 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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