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독도 빠진 한반도기… 실수? 고의?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남북한이 제15회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부터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남북 당사자들의 부주의와 대회조직위원회의 무성의로 불발되고 말았다.

1일 오후 7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시) 카타르 도하 할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 남북 공동기수 이규섭과 이금숙이 들고 입장한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빠져 있었다.

한국 선수단은 울릉도와 함께 독도를 새긴 한반도기를 도하에 들고 왔지만 조직위에서는 이 한반도기가 규격에 맞지 않다며 새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개회식 때 조직위에서 건네받은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빠져 있었다. 스타디움 전광판에 나온 한반도기에서도 독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백성일 국제부장은 “조직위에서 오래전에 한반도기를 제작했는데 아마 시간이 없어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새로 만들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최근 일본과의 심각한 영토 분쟁 상황을 감안해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자고 뜻을 모았다. 남북 공동입장은 아시아 전역에 독도가 한국 땅임을 당당히 강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 의도는 무산됐고 한국은 결과적으로 독도 표시를 스스로 누락시켰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KOC는 “이전의 한반도기에 독도가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원래 한반도와 제주도만 표시하고 그 외의 도서는 제외하기로 돼 있었다는 것. 많은 섬을 다 표시하지 못하는 데다 독도는 너무 작아서 별도로 그려 넣기가 생뚱맞다는 이유였다. 결국 기존의 한반도기를 보고 조직위 측에서 미리 만들었기 때문에 독도가 누락됐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남북이 독도를 그려 넣기로 합의했다면 이를 조직위 측에 특별히 강조했어야 옳았지만 KOC는 그러지 않았다. 용(龍)의 눈에 해당하는 독도의 의미와 상징성에 비해 너무 안일하게 지도 제작을 맡긴 것이다.

이에 일부에선 대한체육회와 조직위가 일본과의 외교 분쟁을 우려해 실수를 가장한 ‘독도 누락’ 사건을 일으킨 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도하에서>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