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박지문(剝地紋·표면을 긁어서 무늬를 그리는 기법) 그릇들은 대체로 형태와 문양이 대담 활발한데 이 편병은 단아하다든지 소탈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여타의 편병과 달리 편평한 양면과 가운데 고리형 몸체를 따로 만들어 붙였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런 형식의 편병은 전북 부안군 우동리 가마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이 편병은 우동리산은 아닐 것이다. 모란과 모란 줄기의 전개를 다소곳하게 표현한 것은 아무 욕심 없는 경지를 나타낸다. 박지한 면에 붓에 묻힌 철분을 툭툭 찍은 맛 또한 문양과 잘 어울려 한층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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