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주의적 자유주의로 개인권과 공동선 통합해야”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자유주의는 과거완료형의 열린 이념(open idea)이라기보다 현재진행형의 열리는 이념(opening idea)이다.”

이근식(경제학) 서울시립대 교수와 함께 자유주의 연구학회인 이화회(二火會)를 이끌어 온 황경식(철학·사진) 서울대 교수가 그동안 자신이 발표했던 자유주의 관련 글을 엮어 ‘자유주의는 진화하는가’(철학과현실사)를 펴냈다.

황 교수는 현대 자유주의 철학의 대가로 꼽히는 존 롤스의 ‘자유론’을 197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미국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시절 롤스를 사사했다. 2002년부터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열리는 이화회 모임의 이근식 교수가 경제적 자유주의에 좀 더 방점을 둔다면 황 교수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천착해 왔다.

황 교수는 이번 책에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성찰을 보여줬다. 그는 자유주의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발전해 왔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자유주의가 존재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17세기 고전적 자유주의가 18세기 보수주의와 대결하면서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이어 19, 20세기 사회주의와의 대결을 통해 복지주의를 수용하면서 오늘날의 자유주의가 됐다. 하지만 이는 단일한 사상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 형식을 지닌 이념적 저술들의 한 전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황 교수는 이를 토대로 자유주의의 핵심 요소인 자기소유권과 사유재산권 중에서 자기소유권을 더 우선하는 가치로 봐야 하며, 사유재산권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와 그 상대성을 내세우는 공동체주의의 절충으로서 자유주의를 새롭게 규정한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얼핏 형용모순으로 보이는 ‘공동체주의적 자유주의’가 미래의 자유주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유주의는 개인권을 중시하고 보편주의와 절차주의를 추구한다. 반면 공동체주의는 공동선(共同善)을 중시하고 특수주의와 역사주의를 추구한다. 이런 이론적 관점에서 서양은 자유주의, 동양은 공동체주의를 추구했다는 이분법이 등장한다. 그러나 경험적 현실에서는 동서양 모두 양자를 변증법적으로 수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황 교수의 통찰이다.

그는 “근대적 혁명으로서 개인권의 추구와 공동의 삶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의미와 보람을 찾게 하는 공동선의 추구는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도덕적 직관”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양자의 통합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에서 자유주의를 토착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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