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뉴미디어 콘텐츠 공모전에서 ‘뉴미디어’를 찾기는 어려웠다. 12개 작품이 시나리오와 기획안 부문에서 대상 최우수상 등에 선정됐으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이용자 취향을 분석하고 고민한 작품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TV 등 ‘올드 미디어’에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대상을 받은 시나리오 ‘왕릉의 비밀’은 외세에 의한 한국 문화재 약탈과 이에 맞서는 고고학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의 주제는 역사 분쟁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관심을 끌 만했으나 기존 TV 프로그램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목을 발견하긴 어려웠다.
시나리오 부문 최우수상작 ‘링커스’도 휴대전화와 자연을 소재로 했지만 휴대전화 외에 뉴미디어의 특성을 활용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기획안 부문 최우수상인 ‘일러스트 라디오’는 DMB의 특성을 살려 ‘보고 듣는 라디오’라는 발상을 내놨다. 하지만 기획안 요건 중 하나인 DMB 이용자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부족해 설득력이 떨어졌다.
나머지 9개 수상작도 각각 뉴미디어와의 관련성을 내세웠으나 뉴미디어 콘텐츠의 전형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KBI 관계자는 올드 미디어 콘텐츠와 차별화된 요소를 묻는 질문에 “이번에는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소재보다 내용과 품질을 우선했다”고 말했다. 기존 콘텐츠 선정 기준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뉴미디어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적 재원을 쓰는 KBI부터 올드 미디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콘텐츠를 뉴미디어의 표본으로 선정했다면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거품으로 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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