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7>耕當問奴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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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산다. 배운다는 것은 곧 묻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면서도 묻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면서 질문을 자주 하지 않듯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남에게 묻는 것을 곧잘 부끄럽게 여긴다.

‘耕當問奴(경당문노)’라는 말이 있다. ‘耕’은 ‘논밭을 갈다’라는 뜻이다. ‘耕地(경지)’는 ‘갈아먹을 수 있는 땅’, 즉 ‘농사가 가능한 땅’이라는 뜻이며, ‘晝耕夜讀(주경야독)’은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當’은 ‘마땅히 ∼해야 하다’라는 뜻이다. ‘當然(당연)’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는 말이고, ‘當然之事(당연지사)’는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라는 말이다. ‘然’은 ‘그러하다’라는 뜻이고, ‘事’는 ‘일’이라는 뜻이다.

‘問’은 ‘묻다’라는 뜻이다. ‘學問(학문)’은 ‘배우고 묻는다’라는 말이다. ‘學’은 ‘배우다’라는 뜻이다. ‘質問(질문)’은 ‘진실이나 본질을 묻다’라는 말이다. ‘質’은 ‘바탕, 진실, 본질’이라는 뜻이다. ‘奴’는 ‘종, 노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農奴(농노)’는 ‘농사를 짓는 노예’라는 뜻이고, ‘家奴(가노)’는 ‘집안의 종’이라는 뜻이다. ‘종, 노예’라는 뜻으로부터 ‘천한 사람’이라는 뜻이 나왔다. ‘賣國奴(매국노)’는 ‘나라를 팔아먹는 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를 정리하면 ‘耕當問奴’는 ‘농사를 지으려면 마땅히 종에게 물어야 한다’라는 말이 된다. 모르면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말고 아는 사람을 찾아서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기를 잡는 법은 어부에게 묻고, 기술은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묻고, 경제는 경제를 아는 사람에게 묻고, 정치는 정치를 아는 사람에게 물으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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