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돈 주앙’도 프랑스 뮤지컬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문화적 토양에서 생성된 ‘노트르담 드 파리’보다 훨씬 새롭다. ‘돈 주앙’에는 문화적 영역의 겹침 현상으로 잉태된 새로움이 창조적으로 담겨 있다.
돈 주앙은 몰리에르의 희곡부터 조니 뎁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된 스페인의 전설적 호색한이다. 가장 스페인적인 인물을 소재로 뮤지컬의 각본과 작곡을 맡은 사람은 프랑스 작곡가인 펠릭스 그레, 연출은 캐나다 출신 질 마외가 맡았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안달루시아를 배경으로 한 집시 음악이나 플라멩코가 아니라 프랑스의 대표적 가수이자 작곡가가 만든 전혀 새로운 감성의 플라멩코다.
‘돈 주앙’의 내러티브에 새로운 것은 없다. 기존의 프랑스 뮤지컬이 사회성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돈 주앙’은 정형화된 인물의 삶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음악이다. 펠릭스 그레는 아름다운 샹송을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멜로디에다 불타는 태양과 뜨거운 피가 녹아 있는 정열적인 스페인의 플라멩코를 교묘하게 뒤섞어 매혹적인 음악을 창조해 냈다. 또 서정적 감성과 철학적 깊이를 가진 가사는 ‘돈 주앙’의 상투적 내러티브까지 잊게 만들 정도로 풍부한 비유와 품격을 지녔다.
약혼녀 엘비라가 있지만, 관능적 매력의 마리아와 사랑하며 삼각관계에 휩싸이는 돈 주앙의 비극적 삶은 전형적인 신파 코드다. 그럼에도 내러티브의 새로움이나 캐릭터 창조의 독창성보다는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법적 측면에서 뮤지컬 ‘돈 주앙’은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붉은 톤으로 장식된 바에서 서로를 유혹하는 남녀의 눈빛이 섬세하게 전달되는 비트 강한 음악 ‘뒤 플레지르’는 돈 주앙 역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장프랑수아 브로의 매력이 강하게 전달되는 곡이다. 또 돈 주앙과 마리아가 함께 부르는 ‘샹제’는 캐나다의 프랑스어 사용권인 퀘벡 주에서 17주 동안 1위를 차지한 곡답게 대중성 강한 친숙한 멜로디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하재봉 문화평론가·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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