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문화 양상과 문화정책을 점검할 때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부의 문화는 ‘부재’와 ‘범람’으로 요약될 수 있다.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은 넘친다. 부족한 이성과 과도한 격정 속에서 출범한 정치체제를 기반으로 사회 전체의 구조개혁과 함께 문화계도 재편되었다. 그 속도도 다른 어느 분야보다 가장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문화관광부는 연일 문화예술의 전 부문을 대상으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콘텐츠산업, 게임산업에서 전통문화 발전 방안 등에 이르기까지 쫓기듯이 발표했다. 국가가 모든 분야에 나서서 기획 연출 감독에 주연까지 하면서 부작용이 이미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코드에 맞춰진 산하 기관장 인사는 문화의 정치화라는 문화 피폐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작년에 문화부 주도로 출범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어떤가. 문예진흥원을 개편해 100명이 넘는 ‘코드 인사’들을 분야별 위원들로 임명해 매년 1000억여 원의 기금을 주무르고 배분하는 새로운 문화권력으로 등장했다. 특정 코드 단체, 줄 잘서는 문화 예술인들에게 예산 밀어주기, 북한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소란할 때 금강산에 남북 문인 만남 주선하기 등이 주요 활동이었다. 예산 당국은 이례적으로 위원회의 기금배분 기준에 의문을 표시하고 공평한 기준 제시를 요구했다.
문화계의 코드 인사들은 지금 ‘문화혁명’을 주장한다. 지난 시절의 정치혁명에 이어 민중에 의한 새로운 문화개념에 따른 혁명을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 정부가 국제 여론에 밀려 유엔 북한인권 권고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서는 코드 인사들은 못내 못마땅해 한다. 이 땅에서 진정한 예술의 자유가 실종되고 북한에서는 모든 문화의 근본인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되고 있는데 그들은 유엔결의안만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결과 우리 대중문화에서도 부재와 범람 현상이 판친다. 최근 몇 년 사이 관객몰이를 한 영화에서는 국가나 보통의 건강한 사람이 없다. 반면 반미 코드의 일상화, 이념의 과잉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과 불신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없음과 넘침 속에서 우리 문화는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곳에서 우리 문화의 새로운 비전이 보인다. 바로 한류 문화이다. 반한류와 혐한류의 기류도 있지만 정부가 나서면 안 된다. ‘한류 발전 5개년 계획’ 등을 세워서는 안 된다.
세계인들과 감성을 공유하고 감동을 교감하는 한류는 문화 예술의 현장에서 치열한 고통 속에서 자연스레 나와야 한다. 비록 지금은 우리 문화가 몸살을 앓고 있어도 우리 민족의 저력은 그렇게 간단히 스러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철근 한류문화연구원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