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며 영성 키워가죠”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마이크 누난 간사(왼쪽)와 영성지도자 아일린 그라스 씨. 김진경 기자
마이크 누난 간사(왼쪽)와 영성지도자 아일린 그라스 씨. 김진경 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면서 영성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라르슈 공동체의 목적입니다.”(아일린 그라스 씨·58·호주)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 라르슈공동체(cafe.daum.net/LArcheKorea)에 귀한 손님이 왔다. 영성지도자인 그라스 씨와 함께 국제연맹에서 아시아·서태평양지역을 총괄하는 마이크 누난(51·뉴질랜드) 간사는 지난 주말 서강대에서 한국 회원들과 성탄모임을 가졌다.

라르슈공동체는 정신지체장애를 지닌 4, 5명의 성인 남녀와 비슷한 수의 조력자가 함께 가족을 이뤄 살아간다. 30여 개국에 130여 개 공동체가 있으며 한국공동체는 아직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수준이어서 프로젝트그룹으로 분류된다.

가톨릭 평신도들이 시작한 이 공동체는 영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종교적이다. 가톨릭 신도인 그라스 씨가 30년 전 이 공동체에 합류한 이유는 삶의 의미를 이곳에서 발견했기 때문.

“고교 교사로서 평등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쳤지만 학교에서 이런 가치가 실현되지는 않더군요. ‘삶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며 여행을 시작했고 프랑스의 라르슈공동체를 가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공동체에서는 조력자와 장애인이 일방적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삶을 나눈다. 따라서 조력자는 ‘장애인을 위해(for)’가 아니라 ‘함께(with)’ 생활한다. 그라스 씨는 “장애인을 통해 마음의 가치를 배우기 때문에 조력자가 더 큰 혜택을 누린다”고 말했다.

역시 가톨릭 신도이자 고교 교사였던 누난 간사도 타고르의 시 ‘기탄잘리’를 인용하며 공동체를 소개했다.

“‘가장 외롭고 가난하고 상처받은 자에게 너의 발을 내디디라’는 말이 나와요. 편안하고 사치스러운 자리에 있으면 안락함을 느낄 테지만 고통과 빈곤 속에 내디딘다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볼 것입니다.”

이 공동체는 성직자들이 직원이 될 수 없으며 종교를 불문하고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교파를 초월한다.

누난 간사는 “세상은 가톨릭 신자와 이슬람 신자, 가진 자와 가난한 자가 나뉘어 반목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함께 살다 보면 누구나 갈등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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