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시트콤의 명콤비…가족안 권력관계에 거침없는 하이킥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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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송재정(왼쪽) 작가와 김병욱 PD. 이훈구 기자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송재정(왼쪽) 작가와 김병욱 PD. 이훈구 기자
방송가에서는 두 사람을 시트콤의 귀재라고 부른다.

‘순풍산부인과’(1998∼2000년)부터 시작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1∼2002년) ‘똑바로 살아라’(2002∼2003년)까지 손대는 시트콤마다 ‘떴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시작한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월∼금 오후 8시 20분)에서도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김병욱(45) PD와 송재정(33) 작가. 띠동갑인 두 사람은 이번에도 가족을 소재로 한 시트콤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가족 관계에서 풀어낼 얘기들이 워낙 많아서요. 사람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축약해 보여줄 수 있거든요.”(김 PD)

“강자와 약자로 나눌 수 있는 관계가 권력 관계죠. 돈과 애정이 관계를 규정해요. 돈 있는 사람은 강자, 정 주는 사람은 약자.”(송 작가)

‘순풍…’과 ‘…하이킥’의 시차만큼 배역 간 권력 관계도 변화했다. ‘순풍…’의 중심인물은 순풍산부인과 원장 오지명이었다. ‘하이킥’에서는 돈 잘 버는 며느리 박해미가 실권을 쥐고 있다. 그녀는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이순재 한의원’ 소속 한의사이지만 환자들은 젊고 유능한 박해미만 찾는다.

‘순풍…’에서 가장 동정받던 인물은 직장 잃고 처가에 얹혀사는 사위 박영규였다. ‘…하이킥’의 권력 서열에서 맨 마지막에 있는 인물은 똑똑한 며느리살이로 속병을 앓는 시어머니 나문희다. 남편과 며느리 출근 뒷바라지를 포함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지만 “빨래할 때 섬유 유연제 넣었느냐”고 똑 부러지게 따지는 며느리 앞에서 대꾸 한번 못한다.

명예퇴직 후 전업 주식투자자가 된 박해미의 남편 이준하(정준하)도 “당신은 참견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게” 하면서도 유능하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말에는 귀가 얇아진다.

“시트콤도 시류를 타는 거죠. 어느 집이나 실권이 며느리 쪽에 있는 게 아닌가요.”(송 작가)

김 PD는 1200회 이상 시트콤을 연출해 오는 동안 줄곧 송 작가와 일해 왔다. 김 PD는 “코미디 감이 같아서”라고 했고, 송 작가는 “인간 관계의 핵심을 뚫어보는 시각이 비슷해서”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감과 시각에서 나온 코미디란 5일 방영된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학창 시절 큰 덩치로 거들먹거리며 자신을 종 부리듯 하던 동창생 대근이를 만난 이순재.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자존심을 세우자”며 체육교사인 둘째 아들에게서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아 동창회에 나간다.

하지만 “담배 사와” “술 가져와” 하며 여전히 주눅 들게 하는 대근의 카리스마에 이순재는 몰래 차고 나간 쌍절곤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끝내 개다리춤까지 추어 보인다. 한번 눌려 지내기 시작한 관계는 끝내 회복되기 힘들다는 메시지가 우습고도 처량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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