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5년 가톨릭-동방정교회 상호파문 철회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총성 없는 전쟁’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종교 집단 간의 갈등은 이보다 훨씬 질기고 깊었다. 심지어 인류의 역사는 온통 종교 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 간의 냉전은 반세기 만에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먹고사는 문제는 이처럼 쉽게 우열이 드러난다.

하지만 내세와 구원의 문제는 입증이 어려운 탓일까? 똑같은 신(神)을 섬기면서도 1000년 가까이 서로를 헐뜯어 온 종교 집단들도 있다.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반목은 아쉽게도 순전히 정치적 이유로 시작됐다. 4세기 말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리되면서였다.

서로마제국에 본거지를 둔 로마 교회는 “우리가 주님의 뜻대로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라며 수위권(首位權)을 주장했다. 수위권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정치, 신앙, 도덕 문제를 관할하는 절대 권력.

그러자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한 동방교회는 곧바로 이에 반박했다. 이미 콘스탄티노플의 주교도 로마의 주교와 동등한 권위를 인정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저마다 자기들이 ‘정통 기독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신학적 논쟁과 언어 문화적 차이는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1054년 7월 마침내 양측은 서로에게 파문장을 던지면서 완전히 분열되고 말았다.

교회의 분열은 곧 교인들의 불명예였다.

예수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지만 인류는 이 말씀을 따르지 않은 셈이었다.

길고 긴 냉전은 20세기 들어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는 동방정교회 아테나고라스 총주교와 예루살렘에서 만나 함께 기도를 올렸고 1년 뒤인 1965년 12월 7일,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마침내 서로에게 내렸던 파문을 900여 년 만에 철회했다.

양측은 당시 합동 발표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서로 이해와 신뢰가 부족했음에 유감을 표한다. 이에 서로에 대한 파문을 잊기로 했다.’

하지만 반목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화해는 쉽지 않은 듯하다.

지난해 사망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001년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동방정교회 사제들은 “교황은 두 개의 뿔이 달린 로마의 괴물”이라며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벌였다.

1000년의 불신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까.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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