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송년회, 차수 변경없이 한자리서 뚝딱!

  • 입력 2006년 12월 9일 03시 01분


유난히 모임과 회식이 많은 연말. 한 곳에서 술과 안주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4일 오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그랑*아’에서 생맥주와 안주를 쌓아놓고 동료들과 함께 망년회를 즐기는 직장인들. 원대연 기자
유난히 모임과 회식이 많은 연말. 한 곳에서 술과 안주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4일 오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그랑*아’에서 생맥주와 안주를 쌓아놓고 동료들과 함께 망년회를 즐기는 직장인들. 원대연 기자
12월. 무슨 모임이 이리도 많은지. 망년회, 동창회, 향우회, 동아리 모임….

이런 자리는 2차, 3차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다. 1차 고깃집에서 소주, 2차 호프집에서 맥주, 3차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 또는 카페에서 폭탄주. 그리고 또 4차? 정말 끔찍하다.

‘한 자리에서 모임을 끝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은 안 해도 내심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곳에서 싼 값에 술과 안주를 무제한 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꿈일까. 그렇지 않다. 일명 ‘무제한 즐기기’다.

○ 무제한 서비스의 시초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주몽 신화’를 보면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연못가에서 하백의 세 자매를 술로 취하게 한 후 큰 딸 유화를 통해 주몽을 낳았다고 할 만큼 술의 역사는 길다. 무제한 서비스는 바로 이 술에서 시작됐다.

광복 후 서울 명동 거리에 ‘할머니 집’으로 불리는 대폿집이 있었다. 할머니가 아침부터 나와 술값 회계를 맡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할머니 아들인 술집 주인은 평소 외상 소리만 나와도 기겁을 하고 펄쩍 뛰지만 술에 취하면 술독의 술을 퍼내 대접하는 기분파였다.

주인을 닮아서였을까. 이 집에서 술 주전자를 나르는 사동 아이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무제한으로 술과 안주를 퍼주었다.

허름한 대폿집에서 소박한 인정으로 시작된 것이 오늘날 무제한 서비스의 시초다.

○ 음식도 술도 얼마든지 드시라

무제한 서비스는 외환위기 이후 대학가 주변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확산됐다. 불경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무제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일본에서도 장기불황의 골이 깊었던 1990년대에 호다이(放題) 문화가 도쿄 신주쿠 같은 번화가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호다이는 ‘마음대로’ ‘제한이 없다’라는 뜻.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면 ‘다베 호다이’,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으면 ‘노미 호다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일정한 시간(대개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마시거나 먹을 수 있다.

일본의 다베 호다이가 한국에는 고기 뷔페로 들어와 한때 호황을 누렸다. 노미 호다이는 한국의 펍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두 가지 술이나 안주를 계속 제공하는 각종 무제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음료와 샐러드, 빵을 무제한 제공하는 서비스가 생겨났다.

○ 그러나 지나침은 금물

술과 안주 앞에서 ‘한 병 더 할까 말까, 한 접시 더 시킬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돼 행복하다. 특히 식사와 술을 이동 없이 한 자리에서 끝내고 싶은 이들에게 무제한 서비스는 최선의 선택이다. 단체모임이라면 더욱 좋다.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무제한 서비스는 매력적이다. 가격 걱정 없이 질이 보장된 음식을 맘껏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무리가 생기는 것은 인간사의 진리다.

‘본전을 뽑자’란 생각에 자제력을 잃어버리면 뱃살은 불어나고 체중계의 눈금은 오른쪽으로 옮겨진다. 자칫 배탈이나 술병이 나 약값이 더 들 수도 있다.

무제한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절제하는 자제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1만5000∼3만원대 가격에 푸짐

면과 밥을 무한대로 제공하는 중식당에서 술과 안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호텔 펍까지 무제한 서비스가 있는 곳을 소개한다. 가격은 1인당 1만5000∼3만 원대.

▽서울프라자호텔 ‘프라자 펍’=18일부터 24일까지 맥주 와인과 미니 뷔페 안주를 무제한 제공. 미녀 산타가 찾아와 알쏭달쏭 수수께끼를 내는데 정답을 맞히면 테디 베어, 공연관람권, 고급 양주 등 선물을 준다. 오후 6시∼9시반. 02-310-7228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그랑*아’=생맥주와 와인을 스낵 안주 뷔페와 함께 무제한 제공. 특히 화, 수요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남성 고객을 동반하지 않은 여성에게는 맥주와 칵테일을 무제한 무료 제공한다. 오후 6시∼9시. 02-531-6868.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의 ‘그랑*아’는 1만 원에 생맥주를 무제한 제공. 오후 6시∼9시. 02-2270-3181

▽롯데호텔서울 ‘보비런던’=12월 주중 샌드위치, 소시지, 샐러드 등이 나오는 스낵 뷔페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생맥주, 와인, 칵테일 중 한 가지를 무제한 제공. 오후 6시∼8시. 02-317-7091

▽중식당 ‘마담 밍’=짬뽕, 자장면, 게살 볶음밥 등 모든 면과 밥은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다. 손님의 입맛을 고려한 맞춤 요리가 대표적인 서비스. 오전 11시 반∼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9시 반. 02-557-6992

▽‘대풍생선구이’=삼치, 고등어, 꽁치, 굴비는 주문과 함께 숯불에 구워져 나오고 원하는 만큼 먹어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밥과 반찬도 손님이 원하는 만큼 내준다. 오전 6시∼오후 10시. 02-518-7357

▽대학로 ‘쟈르디노’=가벼운 저녁 식사와 안주를 겸할 수 있는 샐러드 뷔페와 맥주를 무제한 제공. 오후 5시 반∼9시. 02-741-1300

▽강남역 ‘플래티넘’=6종의 하우스 맥주와 70여 가지 안주를 맘껏 즐길 수 있어 직장인 회식 장소로 인기. 오후 6시∼9시 반. 02-2052-0022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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