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가 가장 뜨느냐?”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이 많이 묻는 말이다.
‘마빡이’(KBS 개그콘서트)가 뜬다는데…. 마빡이 캐릭터를 활용해 치킨 가게를 차릴까?
하지만 퇴직금을 다 날릴 수도 있다. 실패를 줄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은 실증적으로 개념화하기 어려운 ‘뜨고 지는 것’의 본질 규명을 시도했다.
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패드(fad)’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패드는 ‘For a day’의 약자로 ‘짧은 시간 급격히 인기를 끌다가 정점에 이른 후 금방 사라지 것’을 총칭한다. 이 책은 패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적,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감이 멀다면 훌라후프, 마카레나, 꽃무늬 남방, 텔레토비, 혹은 한때 서울 일대 먹자거리를 장악했던 즉석탕수육 가게, 불닭집을 떠올리면 된다.
저자에 따르면 패드는 패션(fashion·유행), 트렌드(trend), 혁신(innovation)과 구분된다. 패션은 일시적인 부상, 대유행, 퇴출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패드와 유사하지만 일회적인 패드와 달리 연속성을 가진다. 흥행영화, 베스트셀러, 미니스커트 등 다음 상품으로 대체되는 반복성을 가지는 것이 패션이다. 트렌드는 중장기적으로 이뤄지는 동향을 의미한다.
폭발적인 열풍이라는 점에서 패드는 ‘혁신’과 비슷하다. 하지만 저자는 혁신은 인기가 치솟은 뒤 그 효용성 때문에 우리 삶에 정착되는 반면 패드는 절정의 순간 효용성을 의심받으며 급격히 하락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정작 이런 구분보다는 ‘제도적 패드(institutional fad)’를 강조했다. 새로운 진단, 치료법을 선도하는 의료 패드, 경영인들이 경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채택하는 경영 패드, 아이들에 대한 교습법인 교육 패드 등 제도적 패드는 우리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약간의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을 병원에 입원시킨 뒤 다량의 약을 처방했던 의사들의 다중인격장애 진단 유행, 일본 기업의 경영기법을 무작정 도입한 미국 기업들이 일본 버블경제 도래 후 막대한 손해를 본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제시된다.
특히 저자는 1980년대 기업의 품질관리 서클, 1992년 전사적 품질경영, 1993년 리엔지니어링, 1990년대 후반 식스시그마는 혁신을 위장한 패드였다고 강조한다.
제도적 패드는 소위 사회 엘리트계층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장점만 부각되고 단점은 감춰진다. 저자는 제도적 패드는 단순한 패드 상품과 달리 경제적, 개인적 고통, 조직의 손실 등 사회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 모두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패드에 열광할까. 저자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무언가 잘못된다고 믿는 사회와 이를 강요받는 대중 △최신 유행에 적절히 편승해 출세하려는 ‘출세주의’ 심리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패드를 피하는 방법이 있을까.
“첫째, 과거의 잘못을 잊지 말라. 둘째, 경이로운 주장들은 일단 의심하라. 셋째, 지속적으로 증거를 요구하라. 넷째, 뒤처진다는 두려움에 집착하지 말라. 다섯째, 실패를 공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을 명심하라.”
혁신을 거부하는 오류는 물론 지나가는 패드에도 휘말리고 싶지 않은 독자에게 권하는 저자의 조언이다. 원제 ‘Flavor of month’(2006년).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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