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생태 그림책 ‘STOP!’ 시리즈(전 5권·비룡소)를 낸 김산하(30·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민(27·일러스트레이터) 씨 형제의 얘기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산하 씨가 글을 쓰고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출신의 한민 씨가 그림을 그렸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일할 때였어요. 반바지를 입는데 주머니에서 지갑이 물컹대는 거예요. 도마뱀이 재빨리 도망가는데, 우리 둘이 이런 쪼그만 동물들을 잡으러 쫓아다니던 기억이 나더군요.”(형)
“그 순간 동물을 멈추게 한 뒤 관찰하고 말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얼음, 땡’ 하듯 말입니다. 이렇게 스토리를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진짜 공동 저작이지요.”(동생)
형제는 주인공 지니에게 자신들의 소망이었던 ‘딱 5분 동안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부여했다.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갑자기 토끼를 덮친다! 언뜻 잡아먹는 동물은 나쁘고 잡아먹히는 동물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그럴까? “STOP!” 지니는 그 순간 토크쇼를 열어 동물들에게 직접 궁금한 걸 물어본다.
“제 그림에서 ‘동물’이 살아 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동물 그림을 그려도 발끝까지 다 그렸어요. 안 그러면 그 동물이 생기다 만 것 같아서요. 미신이지만 그 동물이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면 그만큼 불구가 되잖아요.”(동생)
“진딧물이나 벼룩 같은 미물이라도 존재 이유가 있어요. 동물과 사람, 이웃과 다른 나라 사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토크쇼에서 동물들은 자기 얘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같은 또래인 지니를 통해 앞마당에서 다른 나라까지, 동물들의 생태에서 인간과의 관계까지 공간과 주제를 넓혀 가면서 동물들과 친구가 됩니다.”(형)
만 2년간의 작업 끝에 나온 이 시리즈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대상. 시리즈마다 생태 지식이 담긴 ‘지니 아빠의 편지’가 붙어 있다. 형제는 “자녀에게 뭔가 해 주고 싶은 바쁜 아빠들이 그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읽어 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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