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 씨가 장편 ‘호모 엑세쿠탄스’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 데 대해 고은(73·사진) 시인은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새 시집 ‘부끄러움 가득’(시학)의 출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고 시인은 “작가의 얼굴은 수만 개가 돼야 하며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도 좋다”며 “나는 과거에 많은 발언을 했고 지금은 더할 필요가 없어 가만히 있지만 내년에는 발언을 더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그는 “그러나 대선 등 현실 정치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민족의 운명에 관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시집 제목 ‘부끄러움 가득’에 대해 그는 “내가 쓴 시를 읽다 보니 부끄러워지고 세상에 대해 겸손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이 시대 지식인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갈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중도의 힘이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극좌나 극우만 있을 뿐 중도가 갈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최근 스웨덴 일간지에서 시집 ‘순간의 꽃’ 리뷰를 하면서 ‘내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제목을 달았더라”며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고 시인은 “내년에는 해외 행사를 줄이고 시를 쓰는 시간을 더욱 많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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