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승일]한류는 ‘전통’을 먹고 자란다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2분


열기가 한창인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찾기 힘들다. 개막식에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보여 주는 영상 이미지는 눈을 씻고 봐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회 기간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낮아서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지만 국가 브랜드 순위는 25위. 도하에서 한국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국력보다는 소프트 파워 문화의 힘이 밀리기 때문이다.

1100만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워 300년간 대륙을 지배했지만 황실만 만주어를 쓰고 나머지는 중국어를 쓰게 했다. 만주어는 사어(死語)가 됐고 그들의 문화와 민족마저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역사와 문화는 계승하는 자의 것이다. 자국의 언어와 전통문화를 소홀히 하면 대가는 후손이 치른다.

신석기 시대부터 우리 선조가 사용했던 온돌은 과학적인 축열 난방과 두한족열(頭寒足熱) 방식의 자연친화적인 구조이다. 대영백과사전에 ‘ondol’로 등재돼 한국의 문화유산임이 분명하지만, 최근 중국 학자들은 온돌이 중국 북방에서 발생해 한반도에서 명맥을 유지했으며 상하이(上海) 등에서는 중국 문화로 되살아나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온돌을 접한 중국 상류층과 일부 미국인은 침대를 걷어내고 온돌을 사용한다. 온돌에다가 인체에 이로운 기를 뿜어내는 황토벽과 채광을 살린 전통 한옥을 현대화하면 세계인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되지 않겠는가? 정보기술(IT) 강국의 홈 네트워크를 장착한다면 세계인이 열광할 ‘한(한류) 스타일’의 주택이 될 것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우리가 계승하지 않으면 중국의 ‘온돌 공정’에 밀리게 된다.

싱가포르항공을 타 본 사람은 승무원의 유니폼이 싱가포르 고유의 스타일과 무늬를 전승한 복장임을 알게 된다. 태국, 필리핀과 몽골항공의 승무원 유니폼도 고유의 전통 의상이다. 한국 항공사 승무원의 복장에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는 원래 목욕 후에 입는 옷이었지만 현대적으로 개량해 요즘은 젊은이들이 애용한다. 베트남에서는 아오자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소녀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의 한복은 어떤가? 명절에나 꺼내 입는 불편한 의복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주몽 등 역사 드라마에 나오는 고구려나 부여인의 복식을 보면 활동하기 편한 디자인에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 무용총 벽화에 나오는 고구려 무희의 복식은 화려하지만 다이내믹한 활동성을 보장한다. 전통의상을 간편하고 맵시 있게 현대화하면 우리 젊은이도 즐겨 입을 것이다. 진정한 전통이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옛것에 바탕을 두되 근본을 잃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대와의 퓨전을 이루어 내야 한다.

한국이 경제력만큼 세계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 브랜드는 외교력이나 경제력보다 문화의 전파를 통해 강력하게 형성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중문화 위주의 한류를 통해 아시아인이 한국을 알기 시작했다. 진정한 문화의 힘은 전통을 바탕으로 재창조돼야 한다. 전통문화에 기초한 한 스타일의 한류가 한류문화의 주역이 될 때 한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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