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
인터뷰 약속 시간인 오후 7시, 파리 시간으로 오전 11시에 사르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벨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당신의 로미오를 기대하는 한국 마니아 관객이 많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출연한 게 언제인가.
“한국은 처음이어서 나도 이번 공연이 무척 흥분되고 기대가 크다. 마지막으로 내가 로미오 역을 맡았던 것은 2002년 프랑스 투어였다.”
―로미오 역에 어떻게 캐스팅됐나.
“제작진이 달리 선택할 배우가 없었나 보다(웃음). 사실 나는 벨기에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공연하고 있었는데 (연출자) 제라르가 벨기에로 와서 직접 공연을 보더니 로비에서 바로 ‘로미오’ 역을 제안했다. 내 생각에는 제작진이 무대 경험이 있는 18세의 어린 가수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11세인 1992년 자신의 첫 싱글 앨범을 냈던 사르그는 16세 때에는 칸에서 열린 샹송 콩쿠르에서 1등을 한 뒤 17세의 나이에 프랑스 ‘국민 뮤지컬’이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그와르역에 캐스팅됐다.
―이번 공연에서 초연 때의 줄리엣인 세실리아 카라가 아닌 조이 에스텔과 호흡을 맞추는데….
“세실리아와는 초연 때부터 330회나 이 작품을 함께 공연했다. 조이는 프랑스에서 뮤지컬, TV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이번에 리허설을 하는 것만 봐도 굉장히 좋은 배우인 것을 알 수 있다.”
―당신만의 줄리엣이 있나.
“나만의 줄리엣…도 있다(웃음). 사귄 지 4년쯤 됐다.”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1막 마지막에 나오는 ‘사랑한다는 건(Aimer)’으로 노랫말이 돋보이는 감미로운 노래다.
―이 노랫말 중 가장 와 닿는 대목은….
“갑자기 가사가 안 떠오른다. 노래를 불러봐야겠다. (전화 도중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랑한다는 건 시간을 훔치는 것…우리에게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주는 것…더는 두렵지 않은 것…. 모두 아름답지만 ‘사랑한다는 것,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네’가 제일 로맨틱하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원작에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다. 두 연인의 죽음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잃는 로렌스 신부, 캐플릿 부인보다 줄리엣을 더 사랑하는 유모의 심리, 순종적이지 않은 줄리엣…. 또 몬테규와 캐플릿 가문은 각각 붉은색과 푸른빛으로 의상과 조명이 대비되는 등 현대적으로 꾸며진 무대가 돋보인다.
―21세기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물론이다. 뜨겁고 진실한 사랑은 시공을 초월하니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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