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김수빈(30), 비올라 김상진(34), 첼로 송영훈(32), 피아노 김정원(31) 씨의 유머러스하고 우정 어린 연주는 때마침 내린 첫눈처럼 신선하고 따스했다.
솔리스트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은 해마다 연말이면 한데 뭉친다.
‘MIK앙상블’. 지난해 이루마, 정재형, 제임스 라, 김솔봉 씨 등 젊은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을 담은 데뷔음반을 냈던 이들은 올해 2집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연다.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 개성-생동감 넘치는 클래식 그룹
“네 명이 모두 성격이 다른 데다 자라고 공부한 환경도 달라요. 정원이는 빈, 수빈이는 뉴욕, 상진이 형은 독일, 저는 여기저기 다녔죠. 네 명 모두 솔리스트로서 주장과 견해가 강하지만 서로 존경과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 앙상블의 힘이죠.”(송영훈)
MIK앙상블이 연습 중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김상진 씨 집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씨는 “god나 H.O.T.의 뜻이 뭔지 궁금해하지 않듯이 MIK의 뜻도 청중의 상상에 맡긴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금호4중주단 출신(김상진, 송영훈), 오스트리아 국립음대 최연소 입학(김정원), 파가니니국제바이올린 콩쿠르 1위 수상(김수빈) 등 화려한 경력을 갖춘 이들은 올해 솔리스트로서도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맏형인 김상진 씨는 올해 초 연세대 교수로 임명됐고, 김정원 씨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영화배우로 출연했으며, 부부 듀엣 피아노연주회, 일본 투어, 빈 뮤직페라인 황금홀 연주, 대중음악 가수와의 연주회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김수빈 씨는 파가니니 카프리스 음반을 내놨고, 송영훈 씨는 보사노바와 탱고 음악을 담은 음반을 발표하고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송영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평소엔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앙상블이라고 해서 ‘클래식계의 신화’, 대만의 꽃미남 그룹의 이름을 따 ‘클래식계의 F4’라는 별명(?)도 얻었다. 실제로 이들의 콘서트에서는 “꺅!” 하고 소리 지르는 ‘오빠부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올해 일본 투어공연을 시작한 김정원 송영훈 씨의 경우 일본에서도 자그마한 팬클럽이 결성됐다.
이들에게 내년에는 어떤 앨범을 준비할지, 바쁜 스케줄은 어떻게 조정할지 물었다.
“형, 내년엔 우리 언제 모이지?”(김수빈) “내가 내년엔 ‘리빙 클래식’ 때문에 12월엔 안 될 것 같다.”(김상진) “음, 알았어. 비올리스트 새로 구하면 되지. 얘들아!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 전화해∼.”(송영훈)
○ 솔리스트와 앙상블의 조화
“현악4중주단은 네 명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것이에요. 그러나 피아노4중주단인 ‘MIK앙상블’은 지향점이 다릅니다.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솔리스트 네 명의 다양한 개성과 생동감의 조화를 추구합니다.”(김정원)
현대음악을 선보였던 데뷔 앨범과 달리 2집에선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담았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 녹음된 포레의 ‘피아노 4중주곡 2번’은 네 연주자의 균형감과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명연주라 할 만하다.
나머지도 드뷔시(김정원), 에네스코(김상진), 메시앙(송영훈, 김수빈) 등 모두 프랑스 작곡가의 곡으로 각 멤버의 역량이 빛나는 솔로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MIK앙상블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선 제임스 라의 ‘초승달’, 베토벤 현악 3중주 1번,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4만∼6만 원. 02-399-11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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