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씨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제주를 떠나지 않고 창작활동을 해 온 작가다. 1969년 등단한 그는 소설집 ‘탐라인’과 ‘한라산’, 장편 ‘포구’ 등 많은 작품을 통해 고단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 보여줬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 때 제주도4·3사건을 목격했던 작가는 ‘하얀 달빛’ ‘잃어버린 고향’ 등의 단편을 통해 4·3사건의 상처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자전적 중편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에서 작가는 고향 제주의 자연 풍경과 그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보제기’는 고기잡이의 제주 방언. 이 작품에서 제주의 바다는 아버지를 삼켰거나 남편을 죽였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생계의 수단이다.
평론가 정현기 씨는 오 씨의 작품세계에 대해 “제주도라는 한 특정한 공간에서 제주 사람들만의 삶을 보지 않고 그들이 지탱하는 생활의 보편성을 표출함으로써 한국 전체의 생활을 보고, 세계 전체의 삶을 보려 하고 있다”면서 “작가 개인의 독특한 체험과 느낌을 세계 공통어로 확대하여 공감대를 획득한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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