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어떤 영화 볼까?

25일까지 3일의 황금연휴가 이어지는 올해 크리스마스, 어떤 영화를 볼까?

제작비 규모가 큰 대작 4편이 21일 일제히 개봉한다. 온 가족 나들이로는 '해피 피트'와 '박물관이 살아있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라면 멜로가 있는 액션인 '중천'과 '007 카지노 로얄'이 좋겠다.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작 4편을 입체 분석했다.

●온 가족이 함께-'뮤지컬 애니메이션' 대 '액션 판타지 어드벤처'(전체 관람가)

:해피피트: '춤추는 펭귄들, 미국에선 007도 눌렀다.'

'노래를 못하면 시집(물론 장가도)을 못가는' 펭귄 왕국, 탭 댄스에 재능이 있지만 타고난 음치인 펭귄 멈블(목소리-일라이저 우드)의 자아 실현기. '미운 오리 새끼'의 펭귄 버전.

업=아기 펭귄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프린스의 '키스'나 퀸의 '썸바디 투 러브' 등 팝의 명곡에 맞춰 펭귄 수 만 마리가 지느러미를 손 삼아 벌이는 댄스가 압권. 끝없이 펼쳐진 남극의 얼음을 배경으로 한, 스케일 큰 애니메이션. 일라이저 우드와 브리트니 머피, 휴 잭맨 등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다운=펭귄의 춤이 가져오는 거창한 결말, 살짝 황당하다. 캐릭터들은 사실적이라 아기 펭귄을 빼곤 귀여운 맛은 떨어진다. 올드 팝은 어른에겐 친숙하지만 아이들에겐 어떨지.

:박물관이 살아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특효약.'

사업에 매번 실패하고 이혼당한 래리(벤 스틸러)는 자연사 박물관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게 되는데. 박물관의 모든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업='역사가 되살아나는 곳'인 박물관이 진짜 살아있다는 상상을 현실로 옮긴 기술력.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 CG팀이 참여했고 제작비가 1400억원. '부정(父情)'이 묻어나 아들과 아빠가 같이 보면 좋다. 미국 대통령에 로마제국 장군, 미라까지 나오니 역사공부는 덤이다.

다운=웃기려고 작정한 걸까? 대사에 '마빡이' '이은결' '앙드레김'까지 나오는 지나친 의역이 썰렁하다. 화려한 볼거리가 단순한 이야기를 압도해 30대 이상에겐 덜 재미있을 듯.

●연인이나 친구와-'리얼 액션' 대 '판타지 액션'

:007 카지노 로얄: '전 세계(미국 제외) 박스 오피스 1위' (15세 이상)

영국첩보국 요원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테러조직 자금줄 르쉬프(매즈 미켈슨)가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에서 테러자금을 모으려 한다는 첩보에 기꺼이 타짜로 변신.

업=145분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고공 크레인 위, 비행기 활주로의 육탄전과 앉은 자리에서 1억 달러가 오가는 카지노 장면의 긴장감. 후반부의 수중 구출 장면과 베니스의 가옥 침몰 장면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치외법권인 대사관까지 폭파시킬 정도로 '무대뽀'지만 사랑에 푹 빠져 일까지 그만두려 하는 순정남.

다운=기존의 007 시리즈에 익숙한 '올드 팬'들은 실망스러워 한다. 예전의 신사적인 본드는 없고 항상 기대를 갖게 하던 최신 무기도 없으며 본드 걸은 섹시하다기 보단 지적이다.

:중천: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작 중 14일 현재 유일하게 공개되지 않은 영화'(12세 이상)

퇴마무사 이곽(정우성)은 죽은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는 중천에서 자신을 대신해 죽은 연인과 재회한다. 그러나 그녀는 천인 소화(김태희)가 되어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업=오리엔탈 컨셉트의 판타지 대작. 정우성 김태희의 스타파워에 100% 한국 기술로 만든 CG가 전체 영화의 3분의 1이상이다. 스턴트맨도 못하는 액션 연기를 하는 가상의 배우, 디지털 액터가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등장.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에미 와다 등 일본과 중국의 거장들이 참여했다.

다운=장점이 그대로 단점이 될 가능성. 김태희는 스크린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CG 완성도는 영화의 성패에 결정적이다. 칼 쓰는 영화는 크게 흥행 못한다는 징크스도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