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흑백필름 화질 양호…춘향-이몽룡의 2인무 깔끔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영상물 신호를 컴퓨터까지 보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공립도서관 공연예술 분관 3층. 무용 영상물실에서 미하일 포킨이 ‘춘향전’을 소재로 만든 ‘사랑의 시련’ 동영상 열람을 신청해 놓고 컴퓨터 앞에 앉자 도서관 사서가 한마디 거들었다.

“찍…” 하는 소리와 함께 공연 장면이 떴다. 무성(無聲) 동영상이기 때문에 원래 반주인 모차르트의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70년 전 흑백필름이지만 화면 상태는 양호했다. 리허설을 촬영한 것이라 별도의 무대 장치는 없었고 무용수들도 무대 의상을 갖추지 않았다.

공연은 남녀 무용수 6명이 나와 앉아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남녀 주인공이 함께 추는 파드되(2인무)는 서정적이었고 10명이 넘는 무용수가 펼치는 군무는 경쾌하고 풍성했다.

무용수들의 기량은 뛰어났다. 상체 몸놀림이 돋보였다. 상체, 특히 팔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강조하는 포킨 특유의 안무는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의 유연한 팔놀림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무용단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다만 27분 52초 분량의 동영상 중 26분 이후 마지막 2분가량이 훼손됐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어 1980년 인디애나대 발레단이 니콜라스 베리오조프의 안무로 공연한 ‘사랑의 시련’ 리허설을 찍은 31분짜리 동영상도 볼 수 있었다. 포킨의 안무를 리메이크한 이 공연은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 앙드레 드랭이 꾸민 원작의 무대 및 의상을 재현한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반주 음악도 녹음돼 있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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