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송년회는 돌아오지 않아” 환상의 송년회 즐기기

  • 입력 2006년 12월 14일 20시 26분


'송모:12/16(토) 17시 광화문 모 음식점 회비 5만원 부부 동반^^ '

남편으로부터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은 주부 박희선(44·서울 개포동) 씨는 벌써 한해가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순간적으로 지난 '송모'(송년모임)에 대한 재미없거나 귀찮았던 짧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연말이면 두 세 차례 참석하게 되는 이런 저런 모임들. 모든 모임이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남편의 직장 관련 부부모임에 참석했던 박 씨는 낯선 사람과 인사하고 밥 먹고 놀며 '의무 반 스트레스 반'으로 어색하게 보냈던 적이 있다.

'올해엔 좀 재미있게 지내다 올 수 없을까….'

누구라도 가질만한 고민을 풀기위해 자타가 공인하는 주부 출신 전문 사회자 권수진(37·영어강사) 씨 조언을 들어봤다. 권 씨는 뛰어난 유머와 순발력으로 지인들 모임에선 의례 사회자로 발탁되는 분위기 띄우기 전문가. '송모, 당당히 즐기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기다리지말고 먼저 인사를

어차피 참석한 모임에서 누가 말을 붙여주길 기다리지 말고 옆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보자. 인사를 받은 사람도 반가워 할 것이다. 한 사람과 인사만 터도 모임의 스트레스의 반으로 줄어든다. 인사가 성공했다면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대화에 끼어 볼 차례이다. 알고 있는 유머를 활용하면 좋겠지만 그 것이 어렵다면 경험담이나 학창 시절 재미있었던 추억을 말하는 것도 좋다.

●가발-가면으로 분위기 '업'

가발이나 가면을 가져가 노래방에서 활용하면 좋다. 노래, 춤이 안 되어도 반짝 스타가 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간단한 가면을 동네 문구점에서도 살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파티용품 전문점에서 골라도 좋다. 발품을 팔아 이맘때 남대문을 찾는다면 훨씬 싼 값에 파티용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 '남들이 주책으로 보면 어떨까'하는 걱정은 훌훌 털어버리자.

●깜짝 센스를 발휘하면 나도 스타

모임이 다가올수록 여자들 마음을 바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의상. 그렇다고 '럭셔리'한 옷차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소 센스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 주부 임현애(37) 씨의 경험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임 씨는 지난해 송모에서 직접 만든 천연 허브 비누를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어 예상 밖의 환대를 받았다. 적지 않은 재료비와 시간을 투자했지만 즐거웠던 마음으로 수고를 보상받고도 남았다고 한다.

임 씨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제안은 '가족 세트 의상'. 거창하게 비싼 돈 들여 똑같이 맞춰 입는다면 이미 구세대. 한 가족 당 한 벌 개념으로 세트를 맞추면 비용도 덜 들이면서 세련되게 보일 수 있다. 아이는 빨간 조끼, 엄마는 빨간 모자, 남편은 빨간 스웨터 같은 식으로 맞춰 입는 것. 이미 부부동반 모임에서 세트 의상으로 주목받은 경험이 있는 임씨는 간단히 준비해 시선을 모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송모의 꽃 노래방 대처는 이렇게….

송모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게 노래방. 노래강사 전영선(39·경기도 분당) 씨는 되도록이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를 고르고 이별을 담은 노래나 느린 곡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감정 낸다고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것도 금물이다.

노래에 자신이 없다면 '제스처로 커버'하는 것도 방법. 독특한 율동은 노래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 단, 노래를 못하는 사람들은 춤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억지 춤보다 백 댄서를 요청하거나 신나게 탬버린을 흔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노래강사 김영수(35·서울 내자동) 씨는 상대에게 전할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보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는 '사랑을 위하여', '사랑스러워' 등을, 남편에게는 애교 있게 '미워요'를 부른다면 어떨까. 송모가 끝난 후 정답게 팔짱을 끼고 문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중년 주부들이 무난하게 소화 할 수 있는 노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7080 노래들이 무리 없이 리듬을 타기에 유리하다. 최신 유행곡들을 선보이고 싶다면 음이 너무 높거나 리듬이 빠른 노래는 호흡이 딸릴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제안하는 즐거운 송모 만들기.(양 넘치면 지워도 됨)

1. 마이크 잡은 사람은 짧게. 지루한 인사말, 격려사 금물.

2. 사회자는 호루라기 맨이 되어 마이크를 잡은 지 50초가 되면 호루라기를 불어 말하는 사람에게 경고를 준다.

3. 모금함을 준비하라. 1분 이상 말하고 싶은 사람에겐 1 분당 벌금 1만원. 1만원을 안내려고 서둘러 말을 끊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말이 길어지면 모금액이 풍성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4. 부부동반 모임이라면 '남편과 아내의 이름으로 3행시 짓기', '남편들의 귀여운 표정 콘테스트', '남편이 아내에게 프러포즈 다시하기' 등의 게임으로 흥을 돋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면 '스타'

1.“어제의 나를 잊어라”기쁨형

2.“이거 약소하지만…”센스쟁이형

3.“촌스럽게 회비는 무슨”물주형

4.“박수라도 열심히…” 성심성의형

5. 택시까지 태워주는 뒤처리 전담형

★이러면 '폭탄'

1.“에휴 집값이 떨어져서…” 분위기 무지형

2.“부어라 마셔라” 먹고 죽자형

3. 한번 쥐면 함흥차사…마이크 독점형

4.“이런 분위기 싫어” 새침떼기형

5.“술마시면 살쪄서…” 밥맛형

김경애(사외기자) ellesh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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