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治人’,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治家’나 ‘治國’, ‘治世’도 결국은 사람을 다루는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상대가 나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때가 있고, 상대가 오히려 나를 오해하는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는가?
‘治人不治(치인불치), 反其智(반기지)’라는 말이 있다. ‘治’는 원래 ‘다스리다’라는 뜻이므로 ‘治人’은 ‘사람을 다스리다’라는 뜻이 된다. ‘不治’의 ‘治’는 ‘다스려지다’라는 뜻이다. 한자에서는 이와 같이 하나의 한자가 능동형과 피동형을 같이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行(행)’은 ‘행하다’라는 의미지만 ‘행해지다’라는 의미도 있으며, ‘用’은 ‘쓰다’라는 뜻이지만 ‘쓰이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므로 ‘不治’는 ‘다스려지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反’은 ‘돌아보다, 반성하다’라는 뜻이다. ‘其’는 ‘그’라는 뜻이고, ‘智’는 ‘지혜’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反其智’는 ‘그 지혜, 즉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아야 한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治人不治, 反其智’는 ‘사람을 다스렸으나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와 같이 옛날의 성현은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지혜롭지 못하면 어찌해야 하는가? 지혜는 빌리면 된다. 그러므로 옛날의 군주는 언제나 ‘賢者(현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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