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나폴레옹이 컴퓨터를 만들어?… ‘핀볼 효과’

  •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0분


◇ 핀볼 효과/제임스 버크 지음·장석봉 옮김/520쪽·1만8000원·바다출판사

“나폴레옹이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어이없게 들릴 수 있지만 이 말을 저자가 주장하는 ‘핀볼 효과(Pinball Effect)’로 분석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1798년 이집트로 원정 간 나폴레옹의 군대는 이집트 비단 숄을 들여온다. 이 숄은 프랑스 사교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대량생산을 위해 종이판의 구멍으로만 바늘이 통과해 숄을 짜는 직조기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이 방식은 1890년 미국 공학자 허먼 홀러리스에게 영감을 줘 카드에 구멍을 내 데이터를 표시하는 기기를 탄생시켰고, 이는 계산용 진공관 장치의 원리가 된다. 진공관 발달은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이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핀볼 효과’는 핀볼 게임에서 발사된 공이 이리저리 튀어 다니듯 ‘작은 일이라도 시공간을 가로질러 서로 다른 사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과학역사가로 유명한 저자는 역사 속 사건이나 발명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증폭되는지, 그럼으로써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밝힌다.

1906년 한 독일인 미용사가 붕사를 이용해 머리에 웨이브를 넣는 ‘파마’를 고안했다. 이후 파마용 붕사를 채취하기 위한 산업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달하고, 여기에 이민자가 몰린다. 이 중 한 명이 우연히 붕사 채취 과정에서 금을 발견했고 이것이 ‘골드러시’로 이어진다.

또한 골드러시는 캘리포니아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쾌속선의 발달을 가져왔다.

핀볼 효과로 본다면 서양 제국주의는 장남에게만 모든 것을 물려준 11세기 유럽의 상속법에서 비롯됐다.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다른 아들들이 십자군 전쟁 등 해외로 진출했던 것이다.

이 책은 ‘나비효과(특정 지역의 작은 변화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론)의 재탕’이란 비판도 듣는다.

그러나 저자는 나비효과에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이론’을 더해 인과관계보다 ‘상호 연관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세계 과학계에 일어난 일을 정교하게 엮어 낸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책에 인터넷 링크처럼 상호 연관된 사항을 표시해 핀볼 효과가 문명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새로운 발명품이나 역사적 사건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다른 페이지를 표시해 놓았다. 저자가 링크해 놓은 책 페이지를 따라가면 시공간을 넘나들며 역사적 사건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핀볼 효과에 대해 “지식은 긴밀하게 연관돼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나친 결과론적 해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식이 시공간을 넘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The Pinball Effect’(1996년).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